독일이 통일되고 난 뒤 구 동독 지역의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기반이 부족하고 경제 형편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통일 후 20년이 지난 지금 동서의 경제차이는 많이 좁혀졌으며,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가 저렴한 구 동독 지역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작센(Sachsen)의 주도(州都) 드레스덴(Dresden)이 그 대표적인 현장이다.
드레스덴은 여전히 최신식 건물이 여기저기에서 올려지고 있는, 꼭 마치 신도시를 보는 것 같은 도시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곳은 독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필자가 그동안 다녀본 독일의 도시 중 아무리 보아도 독일답지 않은 곳이 세 곳 있었는데, 인구가 너무 많아 대도시의 법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베를린(Berlin), 서방 세계의 영향 하에 전후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관광 도시가 되어버린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이 바로 이 드레스덴이다. 그런데 드레스덴은 도시에서 전략적으로 독일식이 아닌 유럽식으로 발전 모델을 삼고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흥미롭다.
그래서 드레스덴에서 당신은 독일이 아닌 유럽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이 유럽이라고 했을 때 먼저 떠올릴만한 큰 도시들의 모습이 드레스덴에 있다. 심지어 드레스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 그것이 취소되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시 발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관광객의 욕구를 파악하여 대규모 쇼핑 시설을 만들고, 그것으로 모자라 여전히 만들고 있으며, 잘 보존된 구 시가지의 낮과 밤을 화려하게 포장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아직은 물가가 비싸지 않은 구 동독 지역의 장점은 남아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었다. (다만 박물관의 입장료가 비싼 것이 흠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드레스덴이 매력적인 여행지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매력적인 독일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독일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 드레스덴은 "돌연변이" 같은 느낌을 선사할 것이고, 유럽을 보러 가는 사람에게 드레스덴은 최고의 관광지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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