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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1.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 완전정복



드디어 크리스마스마켓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크리스마스마켓 하면 기독교 문화권의 토대가 강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첫손에 꼽히며, 그 중에서도 딱 한 곳만 고르라면 독일 뉘른베르크(Nürnberg)를 꼽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뉘른베르크의 겨울 축제, 그 속에 무엇이 있고 어떻게 즐겨야 할지 하나의 글로 총정리합니다.


먼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뉘른베르크 관광청 홈페이지를 링크해드립니다. 아래 로고를 클릭하면 페이지 내에서 크리스마스마켓의 설명은 물론, 유튜브 동영상으로 마켓의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2018년 크리스마스마켓 기간은 11월 30일부터 12월 24일까지입니다. 뉘른베르크 여러 곳에 마켓이 들어서는데, 그 중 메인 스폿은 성모교회(Frauenkirche)가 있는 중앙마르크트 광장(Hauptmarkt)입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마켓이 뭔지부터 알아야겠죠. 독일어로는 바이나흐트스마르크트(Weihnachtsmarkt) 또는 크리스트킨들레스마르크트(Christkindlesmarkt)라고 부릅니다. 바이나흐트는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독일어, 크리스트킨들의 어원인 크리스트킨트(Christkind)는 아기천사를 의미하는데, 성서 속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알린 수태고지 천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 이름 그대로, 크리스마스마켓은 "마켓(시장)"입니다. 수백년 전 중세시대에 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라고 시내 중심에 열린 장터가 크리스마스마켓의 기원입니다. 이제는 백화점이나 온라인으로 선물을 사도 되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독일인은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이런 장터를 열고 자녀를 데리고 와서 선물도 사고 함께 놀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뉘른베르크 중앙마르크트 광장에는 약 180여개의 판매대가 설치됩니다. 넓은 광장이 순식간에 초대형 시장으로 변신하는 셈이죠. 특히 뉘른베르크가 속한 프랑켄(Franken) 지역의 상징색인 붉은색과 흰색의 천막은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많은 판매대에서 과연 무얼 팔고 있을까요?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기념품이 될만한 것들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장난감,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할 장신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린 기념품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상품들은 반짝반짝하고 오색찬란하죠. 밝은 조명까지 만나 크리스마스마켓의 분위기를 극대화 하며, 마치 동화 속 크리스마스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그 중에서도 호두까기 인형은 가장 "독일스러운 기념품"이죠.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호두까기 인형은 진짜로 호두를 까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러시아풍(차이코프스키가 만든 동명의 대표곡에서 연상)의 목각인형 같지만, 그 용도는 진짜로 호두를 까는 데에 사용됩니다.

그리고 뉘른베르크에서만큼은 이 녀석들을 기억하세요. 이름은 츠베취겐매늘레(Zwetschgenmännle). 직역하면 "자두 인간(Prune men)"이라는 뜻입니다. 팔다리가 울퉁불퉁하죠? 저게 다 건자두인데요. 건자두와 나무를 철사로 이어붙여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뉘른베르크의 전통 인형입니다. 18세기 뉘른베르크의 가난한 철사제작공이 자녀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답니다. 자기가 가진 철사 외에 재료라고는 나무가지와 열매뿐이었대요. 그래서 솜씨를 발휘해 이런 인형을 제작해 자녀에게 준 것이 기원이 되어 오늘날 수백종의 "자두 인간"이 수작업으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꼭 무얼 사지 않더라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예쁘고 귀엽고 반짝거리고, 판매대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갑니다. 요즘 유행하는 인기 브랜드 같은 건 찾아볼 수 없고, 겨울왕국 속 엘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뻔하디 뻔한 크리스마스 풍경이 아니라 수백년 동안 변함없는 소시민의 삶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거리죠. 대표적으로 뉘른베르크의 향토음식인 뉘른베르거 부어스트(Nürnberger Rostbratwurst)입니다.

그 자리에서 그릴에 구운 육즙 풍부하고 바삭한 소시지를 빵에 끼워 먹으면 이보다 좋은 간식이 없습니다. 뉘른베르거 부어스트는 독일 내에서, 특히 바이에른(뮌헨 등 대표적인 관광지가 있는 독일 동남부 지역) 내에서 손꼽히는 먹거리입니다. 평소에도 일부러 찾아먹을만한 주전부리를 축제 현장에서 따끈따끈하게 먹어볼 수 있구요.

소시지가 아니더라도 먹을 것은 아주 많습니다. 대부분 길거리에서 들고 먹을만한 것들이라서 빵 사이에 이런저런 식재료를 끼워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돌아다니며 하나 집어먹고, 또 아이쇼핑하다가 하나 집어먹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배도 든든히 부르고 별로 비싸지도 않아 가성비도 훌륭합니다.


또한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의 먹거리 하면 바로 이 녀석이 주인공이 되죠.

렙쿠헨(Lebkuchen; 외래어표기법대로는 레프쿠헨). 크리스마스 시즌에 아이들에게 만들어준 비스킷입니다. 진저브레드(생강빵)의 일종이며, 견과류와 과일, 꿀, 향신료 등 굉장히 많은 재료가 들어갑니다. 렙쿠헨은 프랑켄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며, 그 중에서도 뉘른베르크가 가장 유명한 생산지로 꼽힙니다. 그러니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에서는 자기 얼굴보다 큰 렙쿠헨 하나씩 들고 오물거리는 아이들을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가 독일 아니랄까봐 참 투박하게 생겼죠. 대신 요즘에는 렙쿠헨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입혀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판매합니다. 이렇게 생긴 것들이 장신구나 기념품이 아니라 과자입니다.

나아가 렙쿠헨을 하트 모양으로 만든 뒤 초코를 입히고 글씨를 적고 장식한 렙쿠헨헤르츠(Lebkuchenherz)가 판매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한 몫 거듭니다. 네, 이것도 비주얼만 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걸어놓아야 할 것 같은데, 장신구가 아니라 과자입니다. 할머니(Oma), 아빠(Papa), 엄마(Mami) 등의 글자를 적은 게 참 귀엽습니다.

뉘른베르크가 아니라 드레스덴(Dresden) 등 동유럽에 가까운 독일 지역에서 탄생한 슈톨렌(Stollen)이라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빼놓으면 섭섭하죠. 케이크 속에 과일, 견과류, 마지팬 등이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케이크 위에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립니다. 아이들이 환장할 수밖에 없겠죠?


이런 먹거리를 구경하고, 또 먹어보고, 그러다보면 살짝 추위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겨울에 실외에서 돌아다니는 것이니까요. 그럴 때 뜨거운 음료 한 잔 마시면 금세 몸이 훈훈해집니다.

바로 글뤼바인(Glühwein)입니다. 그 이름이 생소하다면, 영어식 표현인 멀드 와인(Mulled wine), 프랑스어식 표현인 뱅쇼(Vin Chaud), 북유럽식 표현인 글뢰그(Glögg) 중 하나는 들어보았을 겁니다. 바로 그게 글뤼바인입니다.


글뤼바인은 와인에 과일이나 허브 등을 넣고 팔팔 끓여 뜨겁게 마시는 음료입니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모두 글뤼바인으로 재탄생합니다. 당연히 와인으로 만들었으니 알콜이 들어가있죠.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무알콜 글뤼바인이라 해도 될 킨더펀치(Kinderpunsch)가 있습니다. 글뤼바인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와인 대신 주스가 주 원료입니다. 달달한 걸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글뤼바인보다 킨더펀치가 더 마음에 들 겁니다.

글뤼바인(킨더펀치 포함) 주문 시 유의사항 하나. 가격 외에 컵 보증금이 추가됩니다. 그래서 가격표에 적힌 것보다 많은 돈을 내라고 할 텐데 바가지 씌우는 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일단 지불하고 마신 뒤에 컵을 돌려주면 보증금은 전액 반환됩니다. 넓은 광장 곳곳에 음료 판매하는 곳이 있는데요. 컵은 모든 판매점이 동일합니다. 그래서 꼭 구매한 곳에 컵을 반환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 판매점이나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줍니다. 컵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기념품으로 수집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기까지 정리된 내용은 독일의 크리스마스마켓에 거의 동일하게 적용되는 공식입니다. 독일 전국에서, 대도시뿐 아니라 이름 모를 소도시까지도 크리스마스마켓이 들어서는데, 그 규모에 차이가 있다뿐이지 이 공식 자체는 비슷합니다.


그러면 왜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이 특별한가, 여기 뉘른베르크에만 존재하는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축제의 홍보대사 겸 마스코트인 크리스트킨트의 존재입니다. 뉘른베르크에서는 주민 투표로 크리스트킨트를 선발합니다.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나고 오래 자란 16~18세 여학생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선발된 크리스트킨트는 2년의 임기 동안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려운 이웃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고,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마켓 개막을 선언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둘째, 역마차(Postkutsche) 투어입니다. 철도가 없던 시절 우편물을 배달하던 노란 역마차를 재현하여 반세기 넘도록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 현장에서 아이들을 태우고 시장을 구경시켜주는 존재입니다. 마차 투어는 약 15분 소요되며, 요금은 성인 4유로, 아동 2.5유로입니다. 마부에게 지불합니다.

셋째, 리히터축(Lichterzug) 행사입니다. 직역하면 "빛의 행렬"인데, 1948년부터 매해 이어지는 행사입니다. 뉘른베르크의 어린아이들이 손전등을 들고 중앙마르크트 광장에서 (성인 걸음 기준으로) 도보 5~7분 떨어진 카이저 성(Kaiserburg)까지 행진하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여기 참여하는 아이들이 2천명 정도 될 정도로 큰 행사가 되었고, 그 행렬의 선두에 크리스트킨트가 섭니다. 그리고 어른과 관광객은 아이들의 뒤를 따라 행진에 동참합니다. 올해 리히터축은 12월 13일에 열린다고 합니다.


아기천사를 형상화 한 크리스트킨트의 존재, 그리고 아이들이 참여하는 리히터축 행사 등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은 특히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 많아 더욱 낭만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가득합니다. 아예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마켓까지 준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는 중앙마르크트 광장 부근의 한스작스 광장(Hans-Sachs-Platz).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 등을 갖춘 킨더마켓(Kinderweihnacht)입니다. 각 판매점은 천막 위에 저마다의 개성적인 장식을 덧대어 더욱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물론 여기서도 선물이 될만한 갖가지 상품들, 먹을 것, 마실 것을 팔고 있습니다. 글뤼바인도 팝니다. 아이들의 킨더마켓이라고 해도 전체적인 구성은 같습니다만,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회전목마 같은 놀이시설이 추가되어 분위기가 더 앙증맞다는 차이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뉘른베르크 곳곳에서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마켓이 열립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 시즌에 뉘른베르크에 방문했다면 골목 구석구석 열심히 돌아다녀보세요. 그러다 허기지면 뉘른베르거 부어스트를 먹고, 춥고 힘들면 글뤼바인이나 킨더펀치를 마시고, 실컷 구경하세요.

제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것은 아이들의 초롱초롱 빛나는 얼굴이었습니다.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와서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는 듯한 얼굴을 한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크리스마스마켓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은 축제이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즌에 독일 어디를 가던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린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래도 그 중에서 압도적으로 유명하고 일부러 찾아가도 후회되지 않을 크리스마스마켓은 단연 뉘른베르크입니다. 이왕 뉘른베르크에 왔다면 그 주변 도시의 크리스마스마켓도 함께 구경해도 재미있겠죠. 일부러 멀리 어딘가를 찾아가지 않고, 뉘른베르크가 있는 바이에른에서 갈만한 크리스마스마켓은 어디가 있을지 바이에른 관광청의 소개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아래 로고를 클릭하면 관련 페이지로 바로 이동합니다.

이런 축제를 열었으면 오래오래 진행할만도 한데, 거의 대부분의 도시에서 12월 24일에 칼같이 마감합니다. 연말연시까지만 진행해도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마켓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파는 장터라고 했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선물을 살 일이 없으니 장터도 닫습니다. 상업적인 면에 휘둘리지 않고 수백년 동안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노라" 이야기하는 것 같아 이 또한 인상적인 "독일다움"의 일면으로 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자, 길게 떠들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는 글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직접 보고, 직접 즐겨보세요. 지금 그 시즌이 시작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