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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독일 일반 정보

7. 독일의 음식 - ⑨ 맥주 (브랜드의 구분)

독일의 음식 - ⑨ 맥주


브랜드의 구분

독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맥주(Bier). 독일 맥주의 맛은 글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산 맥주는 물론, 맥주로 유명하다는 일본이나 아일랜드 등과 비교해도 단연 맛과 품질이 비교불가. 그러니 독일에 가서 독일 맥주를 먹어보지 않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워낙 맥주가 곧 삶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이기에 맥주의 종류도 여러가지이고, 평소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즐겨 마실 수 있는 순한 맥주부터 아이들이나 임산부가 먹을 수 있는 무알코올 맥주까지 모든 맥주를 다 갖추고 있다.


워낙 맥주가 보편적이다보니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법정 연령도 우리보다 낮다. 국내의 백과사전 등에서는 이 기준연령을 14세로 안내하고 있는데, 외국 자료를 찾아보면 16세로 되어 있으며 이 쪽이 올바른 정보라고 추측한다. 만 16세 이상이면 학생이라 해도 마트에서 맥주를 살 수 있고 식당에서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외국인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여권 등으로 자신의 나이를 증빙할 수 있다면 만 16세 이상은 제한없이 맥주를 살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단,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맥주를 구매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고 판매하는 곳도 꽤 많으므로, 나이가 만 16세 이상이라고 해도 여권 등의 신분증은 항상 지참하기 바란다.


※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였다. 만14세 이상은 보호자가 있을 때 맥주/와인의 구입 및 음주가 가능, 만16세 이상은 보호자 없이 구입 및 음주가 가능, 그리고 만18세 이상부터 도수가 높은 리큐어를 구입 및 음주할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가 뭘까? 국내에도 수입 판매하는 독일 맥주가 여럿 있다. 그런 식으로 유명한 맥주 브랜드를 묻는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 맥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독일의 맥주 양조장은 전국 각지에 1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모두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맥주를 판매한다. 다시 말해서, 독일의 맥주 브랜드가 1300개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 유명하다는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äuhaus)도 1300개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경제 하에서 이렇게 많은 브랜드가 한 시장에 공존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독일에서 맥주는 "상품"이 아니다. 한 지역에서 그 곳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된 "문화"이다. 한국에서 김치가 단지 음식이나 상품이 아니라 곧 한국의 문화인 것처럼 독일에서는 맥주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숫자의 양조장이 오늘날까지도 계속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국가에서는 브라우 마이스터(Braumeister)라고 불리는 양조 전문가의 자격증을 발급하며 품질을 이어가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우수한 많은 양조장을 가진 독일 맥주가 세계 맥주 브랜드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에 들지 못한다. 그것은 또 무슨 이치일까? 간단하다. 어떤 대기업에서 맥주 시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고유의 개성을 가진 맥주들이 공존하는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특정 브랜드가 비대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독일이 우수한 맥주 양조 기술을 가지게 된 것이 "맥주 순수령" 덕분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맥주 순수령이란, 1516년부터 맥주를 만들 때 호프, 보리, 물 외에는 다른 것을 첨가하지 못하도록(훗날 효모가 여기에 추가되었다) 아예 법으로서 금지한 것을 말한다. 만약 다른 원료가 들어가면 "맥주"라는 이름 대신 "맥주음료"라고 불러야 했다. 


그래서 다른 원료를 섞지 않고 오직 원재료로서만 맛을 내야 했기에 양조 기술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현대로 들어와도 본연의 순수한 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꼭 맥주 순수령이 없었다고 해도 독일인들의 민족성을 보았을 때 맥주의 전통은 계속 유지되었을 것 같다. 법이 없어도 전통이 그러하다면 그 전통대로 계승하고도 남을 민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에는 맥주 순수령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독일의 양조장들은 전통적인 제조법을 고수하고 있다.


Topic. 오늘날의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1516년에 바이에른 공국에서 공포된 맥주 순수령은 1916년 독일 전역에 법으로서 규정되었다. 그래서 독일 영토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반드시 맥주 순수령을 따라야 했고, 만약 다른 첨가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그것은 맥주음료라고 표기하여 판매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현대에 들어서 외국의 맥주가 독일에 수입되는 과정에서, 시럽이나 옥수수 등 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외국의 유명 맥주들조차 맥주음료라고 판매해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당연히 외국의 맥주 업체들이 반발했고, 결국 1987년 유럽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독일에서도 맥주라고 표기하도록 정해지게 된다.


따라서 사실상 1987년을 기점으로 맥주 순수령은 법으로서의 효력은 상실하였지만 여전히 사문화된 규정으로 남아있었고, 독일의 양조장들은 이와는 무관하게 기존의 전통을 따라 맥주를 제조하고, 만약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면 맥주음료라고 표기해왔다.


독일에서도 문제가 된 것은 1992년. 구 동독 지역의 노이첼레(Neuzelle)라는 소도시에 있는 노이첼러 클로스터브로이(Neuzeller-Klosterbräu)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흑맥주에 소량의 설탕을 첨가했다가 적발되어 맥주라고 표기하지 못하게 되자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소송은 무려 13년을 끌었다. 그리고 2005년, 독일 연방법원은 양조장의 손을 들어주어 이들도 맥주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판결을 확정하였다. 맥주 순수령이 공식적으로 헌법에서 그 효력이 상실된 순간을 이 때부터로 본다.


맥주 순수령이 시작된 이유가 "가짜 맥주" 또는 "불량 맥주"를 막기 위해, 즉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이었는데, 이 양조장에서는 전통 방식대로 양조를 다 마친 뒤 아주 소량의 설탕을 섞었을 뿐이라며, 이는 전통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 승소의 이유였다고 한다. 그마저도 13년이 걸렸으니, 만약 다른 원료를 사용하여 자기 마음대로 만든 맥주를 가지고 소송을 했다면 따질 것도 없이 패소했을 것이다.


물론 이 판결이 난 직후 독일 양조장협회는 성명을 발표하여,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도 맥주 순수령에 따라 맥주를 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하니, 결국 맥주 순수령은 법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자체가 독일의 오랜 문화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또 이런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아무 배경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 맥주나 먹으라는 것인가? 먼저 깔끔하게 정리한다. 독일에서는 아무 맥주나 먹어도 좋다. 무얼 먹든 다 맛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에 고른다면 한 가지만 생각하자. 유명한 브랜드를 찾지 말고, 그 지역의 맥주를 먹어보라. 그것이 독일의 문화이고, 독일인의 생활이다.

레스토랑에서 파는 맥주는 대개 맥주 통에서 따른 생맥주가 많다. 이런 맥주는 신선도가 생명. 그래서 양조장 부근의 지역에서 판매하는 것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신선한 맥주를 좋아하는 독일인들은 "맥주는 양조장 그늘 아래에서 마셔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통에서 갓 따른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것. 병맥주나 캔맥주의 판매량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레스토랑에서 마시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러면 이 도시의 맥주가 무엇인지는 어떻게 알아내야 할까? 일일이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어느 곳을 가든 레스토랑마다 맥주 간판이 하나 더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 레스토랑에서는 이 맥주를 판다"는 알림판이나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배경 지식이 없이 돌아다니더라도 이 도시에서 유독 자주 보이는 맥주 간판을 구분하게 될 것이고, 그 맥주가 그 지역의 맥주라고 이해하면 99% 정답이다. 특별히 어떤 맥주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해당 지역에서 많이 눈에 띄는 맥주를 골라 마시는 것이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상관없이 유독 눈여겨봐야 할 브랜드를 골라달라고 할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브랜드만 따로 언급한다.


1. 바이엔슈테파너(Weihenstephaner)

이 맥주를 꼽은 이유는 딱 하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양조장"이라는 역사성 때문이다. 뮌헨 근교의 바이엔슈테판(Weihenstephan)이라는 소도시의 한 수도원에서 1050년부터 맥주를 양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2. 프란치스카너(Franziskaner)

아마 독일에서 벡스만큼이나 자주 보게 될 브랜드이다. 특히 생맥주도 물론이지만 병맥주나 캔맥주를 살 때 기억해두면 좋을 브랜드.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뮌헨 지역의 맥주로 현재는 뢰벤브로이(Löwenbräu)에 인수된 상태.

(2015년 6월 확인) 드디어 프란치스카너도 국내에 수입된다고 한다.


3. 웨팅어(Oettinger)

국내에도 수입되기 때문에 많이 친숙한 브랜드. 바이에른의 웨팅엔(Oettingen) 지역의 맥주로, 이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른 맥주보다 특별히 맛있기 때문이 아니라 가격 때문이다. 병맥주나 캔맥주를 살 때 가장 가격이 싼 맥주가 바로 웨팅어이다. 그래서일까? 2012년 기준으로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맥주가 웨팅어라고 한다. 그런데 가격이 저렴해도 맛이 나쁘지 않아 가성비가 가장 좋은 맥주로 꼽힌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노숙자들이 웨팅어를 특히 선호한다.)


4. 아스트라(Astra)

함부르크(Hamburg) 지역 맥주. 이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함부르크나 근교 여행 시 아스트라는 피할 것을 권한다.


5. 하세뢰더(Hasseröder)

베르니게로데(Wernigerode) 지역 맥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가 흔히 마시는 필스너(라거) 타입의 맥주로는 가장 우수한 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