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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독일 일반 정보

7. 독일의 음식 - ⑨ 맥주 (종류의 구분)

종류의 구분

1300개가 넘는 독일의 수많은 맥주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으며, 가장 좋은 것은 그 지역의 맥주를 먹는 것이라고 앞서 정리하였다. 그러면 다음으로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맥주 브랜드를 고르는 것은 그렇다 치고, 한 맥주 브랜드에서도 여러 종류의 맥주를 만드는데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맥주의 종류의 구분에 대하여 정리한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아래와 같이 맥주의 종류를 구분하여 판매한다. 가장 대표적인 종류는 다섯 가지로 나뉜다.


1. 필스너(Pilsner)

줄여서 필스(Pils)라고 하거나, 크리스탈(Kristal)이라고 하기도 한다. 가장 보편적인 맥주이며, 우리나라에서 흔히 마시는 라거 타입과 같다. 하지만 국산 맥주보다 뒷맛이 훨씬 깔끔하고, 쓴 맛이 거의 없어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필스너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되 조금 더 진하게 만드는 것은 엑스포트(Export)라고 한다. 원래 독일에서는 엑스포트가 더 인기 있었으나 1970년대부터 필스너가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2. 바이첸 비어(Weizenbier)

바이첸 비어는 직역하면 "밀 맥주"라는 뜻. 색깔이 필스너보다 좀 더 연하다고 하여 바이스 비어(Weißbier; "흰 맥주"라는 뜻)라고도 부른다. 맥아(보리 엿기름) 대신 밀의 엿기름을 사용하여 만들어 좀 더 순하고 맛이 깔끔하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맥주 양조 방법이기에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로 손꼽힌다. 중세 시대에는 보리보다 밀이 귀했기 때문에 바이첸 비어는 귀족들이 마시는 귀한 맥주였다고 한다.


3. 헤페바이첸(Hefe-Weizen)

헤페(Hefe)는 독일어로 "효모"를 뜻한다. 즉, 헤페바이첸은 바이첸 비어를 만들 때 효모를 걸러내지 않고 만드는 것. 바이첸 비어를 바이스 비어라고도 하듯이, 헤페바이첸도 헤페바이스(Hefe-Weiß)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헬(Hell)이라는 애칭도 있다. 혹자는 헤페바이첸을 "독일식 막걸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참으로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한다. 황금빛의 뿌연 색깔이 특징이며, 맛은 굉장히 달콤하고 순하다. 과실주도 아닌 곡주인데 쓴맛이 전혀 없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가 헤페바이첸이다.


4. 슈바르츠 비어(Schwarzbier)

직역하면 "검은 맥주",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흑맥주이다. 맥아를 한 번 로스트한 뒤 맥주를 만들면 검은 빛깔이 난다. 로스팅 향이 가미되어 무겁고 쌉쌀한 맛이 나는데, 도수가 높은 것은 아니므로 큰 부담은 없다. 슈바르츠 비어는 튀링엔(Thüringen)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괴테(Goethe)도 즐겨 마셨다는 쾨스트리처(Köstritzer)가 가장 유명하다.


5. 둥켈(Dunkel)

둥클레스(Dunkles)라고도 한다. dunkel은 독일어로 "어두운[dark]"이라는 뜻. 슈바르츠 비어와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 바이첸 비어를 만들 때 맥아를 훈제한 뒤 만들기 때문에 슈바르츠 비어와 제조 방식은 거의 같으나 둥켈이 조금 더 밝은 빛을 띈다. 그래서 사실상 검은 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슈바르츠 비어가 쌉쌀한 맛이 강하다면, 둥켈은 구수한 맛이 강하다고 할 수 있을 듯. 바이에른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방식이다.


그 외에 쾰른(Köln)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인 쾰슈 맥주(Kölsch), 뒤셀도르프(Düsseldorf) 지역의 전통 양조 방식인 알트 비어(Altbier), 베를린(Berlin) 지역의 전통 맥주 음료인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ße) 등 로컬 맥주도 유명한 종류가 더러 있다.


또한 맥주를 기반으로 한 맥주음료도 기억해두면 좋다.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벡스 레몬(Beck's Lemon)을 생각하면 되는데,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1:1로 섞은 것이다. 이런 맥주음료를 독일에서는 라들러(Radler) 또는 알슈터(Alster)라고 부른다. 도수가 절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도 음료수처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말츠 비어(Malzbier)라는 것도 있다. 영어의 몰트 비어(Malt beer)와 같은 것. 무알코올 또는 무알코올에 가깝게 만든 맥주로 어린아이나 임산부도 먹을 수 있다. 맥주와 비슷한 맛으로 알코올을 뺀 무알코올 맥주와는 다르다. 가장 유명한 마츠 비어인 비타말츠(Vitamalz)의 경우 맥주의 맛이 전혀 나지 않으며, 오히려 꿀허브차 비슷한 맛이 난다.

무알코올 맥주는 Alkohol-Frei 라고 적는다. 무알코올 맥주도 필스너/바이첸 등 각 제조 방식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맛이 다양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 또는 마실 수 없는 사람에게는 독일의 맥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