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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보/버스

다시쓰는 버스정보 4. 버스가 기차보다 유용할 때

독일은 열차 네트워크가 워낙 잘 되어있기 때문에 열차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게다가 독일철도청에서 독점하므로 여기저기 손품을 팔지 않아도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그러니 "복잡한 것이 싫다면" 그냥 열차만 이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버스가 더 유용할 때가 있다(그래서 굳이 버스정보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장점은 기차보다 저렴한 요금, 그리고 경우에 따라 나타나는 장점은 직행이기에 몸이 편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요금을 살펴보자. 모든 노선을 다 비교할 수는 없으니 여행자가 많이 찾을만한 노선 몇 개를 보자.


 노선

기차

버스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

[EC] 21 유로 (52분) 

[마인페른부스] 6 유로 (80분) 

베를린 → 라이프치히

[IC] 39 유로 (73분)

[RE] 32.7 유로 (164분/환승1회)

[베를린라인] 18 유로 (105분)

[마인페른부스] 11 유로 (130분) 

쾰른 → 프랑크푸르트 

[ICE] 69 유로 (77분)

[RE] 37.5 유로 (197분/환승1회) 

[플릭스부스] 15 유로 (150분) 

콘스탄츠 → 뮌헨

[ICE등] 67 유로 (230분/환승2회) 

[마인페른부스] 17 유로 (150분) 

 함부르크 → 뒤셀도르프

[IC] 81 유로 (219분)

[RE] 44 유로 (368분/환승3회)

[플릭스부스] 29 유로 (305분) 


위 요금은 모두 정가 기준이다. 아예 비교 자체가 힘들 정도로 버스가 기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러면 혹자는 장거리 ICE도 최저 29 유로로 구입할 수 있는 독일철도청의 슈파르프라이스(Sparpreis; 조기발권 할인운임)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면 버스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으니까.


하지만 조기발권 할인운임은 기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버스업체들도 똑같이 조기발권 할인운임을 운영하는데, 장거리 구간도 최저 8~9 유로로 가능하다. 게다가 독일철도청의 할인운임은 비교적 일찍부터 동이 나는 반면, 아직까지 확인한 바로는 버스업체들의 할인운임은 1~2주 뒤의 버스편의 할인도 남아있었다. 그러니까 기차는 할인운임을 구할 수 없어도 버스는 구할 수 있으니, 실제로 기차와 버스의 요금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진다는 뜻이 된다. (버스의 조기발권 할인운임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시 정리한다.)


물론 위에서 볼 수 있듯 같은 조건이라면 버스가 당연히 기차보다 느리다. 주요 도시간 노선을 비교해보니 ICE 등 고속열차는 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대신 RE 등 지역열차보다는 버스가 더 빠른 편이며, 지역열차는 환승을 해야 하는 구간도 버스는 직행으로 간다. 이것은 지역열차가 많은 역에 정차하는 반면 버스는 몇 개의 큰 도시만 서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상황별로 거칠게 정리가 가능하다.


- 거점도시간 ICE/IC로 이동할만한 상황에서, 빠른 이동이 중요하면 ICE를 이용하지만 시간여유가 충분하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 가까운 도시를 다녀올 때 랜더티켓을 발권할 정도로 이동회수가 많다면 기차가 유리하고, 한 번 왕복할 정도만 다닌다면 버스가 유리하다. 단, 버스는 운행편수가 적으면 당일치기로 왕복 스케쥴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약간 먼 도시를 갈 때 지역열차로 랜더티켓이 유효하지 않은 다른 주(州)까지 이동한다면 버스가 더 유리하고, 같은 주 내에서 이동한다면 경우에 따라 다르다.


- 기차 노선이 불편한 산간지대, 특히 남부의 독일 알프스와 보덴 호수(Bodensee) 부근, 그리고 중부의 하르츠 산맥(Harz) 부근은 기차보다 버스가 낫다.


물론 버스에도 큰 단점은 있다. 기차는 어지간해서 1시간에 1대 이상 스케쥴을 운영하지만 버스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기차는 자신의 일정을 세울 때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지만, 버스는 심한 경우 하루에 딱 한 편만 운행하므로 무조건 그 시간에 맞추어야 하니 여행에 제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다면 버스가 충분히 메리트가 있을 것이다. 가령, 본 블로그에서는 9곳의 거점도시를 정하고, 거점도시에서 근교의 왕복은 랜더티켓으로, 거점도시간 이동은 ICE 등을 권장하고 있는데, 거점도시간 이동을 버스로 할 경우 시간은 좀 더 걸려도 비용은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이렇게 할 경우 독일철도패스가 아예 필요 없게 된다. 교통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


여행물가가 저렴한 독일에서 유일하게 비싼 것이 기차요금인데, 버스를 활용하여 교통비마저 절감한다면 유일한 단점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