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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괴팅엔

Göttingen | #05. (2)갠제리젤

대학도시 괴팅엔의 명물 갠제리젤(Gänseliesel). 갠제(Gänse)는 독일어로 "거위"의 복수형, 리젤(Liesel)은 소녀의 이름, 그래서 "거위소녀 리젤"로 번역해도 무방하다.


1901년 마르크트 광장(Markt)에 설치된 분수인데, 그 기원은 그림 형제의 동화집에 수록된 거위소녀 이야기에서 왔다. 그림 형제는 괴팅엔 대학교(Georg-August-Universität Göttingen)의 교수로 재직하였고, 괴팅엔 7교수 사건(Die Göttingen Sieben)으로 괴팅엔을 떠난 인연이 있다. 그래서 그림 형제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들을 기념하는 분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갠제리젤은 그림 형제와는 무관하게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되고 만다. 괴팅엔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들이 리젤에게 키스를 하는 풍습이 생긴 것이다. 리젤에게 키스를 하려면 이 분수에 기어 올라가야 하는데, 십중팔구 취중 상태로 올라가 안전에도 문제가 있었고, 학생들의 고성방가(?)가 너무 심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1926년 "키스 금지법"까지 만들어 리젤에게 키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해 한 법대생이 졸업 후 리젤에게 키스를 하다가 기소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독일 고등법원에서는 이를 무죄로 판결하였다. 그래서 키스 금지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고, 오늘날까지도 그 전통은 이어져 괴팅엔 대학교 졸업생들은 꼭 리젤에게 키스를 한다.


게다가 풍습이 더 발전(?)하여 리젤에게 꽃다발까지 안겨주기 때문에 리젤의 손에는 거의 매일 꽃다발이 들려있다. 이제는 괴팅엔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어 졸업생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키스를 많이 받은 소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참고로, 괴팅엔에서는 매년 9월마다 갠제리젤 축제(Gänselieselfest)도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미스 춘향"을 뽑듯이 젊은 여성들 중에 "미스 갠제리젤"을 선출하는 행사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