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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슈파이어

Speyer | #08. 대성당 - 나프, 욀베르크

대성당(Speyerer Dom) 주변은 대성당 정원(Domgarten)이라는 이름으로 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더 부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대성당 주변에 있는 두 가지 눈에 띄는 조형물에 대해 따로 소개하고자 한다.

대성당의 입구 앞에 있는 나프(Domnapf; 직역하면 "주발"이라는 뜻)는 청동으로 만든 조형물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슈파이어가 제국 자유도시가 된 뒤 시민들과 대성당간의 관계가 참 복잡해졌다. 자유도시라는 것은 황제의 권력이 직접 미치고, 시민들에게 자치를 허락한다는 것이므로, 기존에 도시의 권력의 중심이었던 대성당의 주교의 권력이 무력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파이어에서는 대성당 너머는 주교의 관할로 하고, 대성당 안쪽은 시민들의 관할로 하는 것으로 합의하였고, 바로 그 권력의 경계에 나프를 만들어 표시하게 된 것이다.


슈파이어에 새로운 주교가 부임하면 그는 이 나프까지만 행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프에 와인을 가득 담으면, 반대편의 시민들이 와서 이를 마시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를 잡았다. 결국 나프는 두 세력간의 화해의 상징인 셈. 이래 보여도 와인 1500 리터 이상이 들어가는 대형 사발이다.

대성당 측면에 있는 큰 조각도 눈길을 끈다. 파빌리온 속에 보관된 이 조각의 이름은 욀베르크(Ölberg). 직역하면 "기름의 산"이라는 뜻인데, 특별히 기름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욀베르크라는 이름의 수도원이 있던 곳이다.


1689년 슈파이어 대화재로 인해 수도원도 전소되고 약간의 폐허만 남았다. 이 폐허는 이후에도 오래도록 방치되었는데, 1820년 이후 그 주위에 파빌리온을 만들어 내부를 보호하고, 여기에 조각을 추가로 세워 일종의 기념물로 만든 것이다.


창살로 둘러싸여 있어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데, 파빌리온 안쪽에 검게 그을린 조각과 폐허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프와 욀베르크 모두 오픈된 공간에 있으므로 시간과 날짜에 상관없이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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