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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뉘른베르크

Nürnberg | #2-05. 인권의 길

인권의 길(Straße der Menschenrechte)이라고 하니까 굉장히 거창한 느낌이 드는데, 이 곳은 일종의 상징적인 거리라고 보면 되겠다. 인권탄압의 궁극을 보여주었던 나치의 폭압, 그 중심에 있었던 뉘른베르크에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상징적인 의미로서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인권의 길에는 총 30개의 원형 기둥이 세워져 있고, 각 기둥마다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 새겨진 글씨는 UN의 인권선언문. 총 30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자유와 평등에 대한 권리 선언인 동시에 국제법이기도 하다. 30개의 조항은 30개의 기둥에 하나씩 새겨져 있고, 각 기둥마다 두 가지 언어로 인권선언을 적는다. 하나는 독일어, 다른 하나는 총 30개 국가의 언어가 각각 하나씩 병기된 것이다.

특히 가장 첫 기둥, 즉 인권선언 1항에서 독일어와 병기된 언어가 유태인의 언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뉘른베르크에서 벌어진 인권탄압의 최대 희생자인 유태인의 언어를 가장 앞에 둠으로써 그들에 대한 사과를 표시한 것이다. 이 외에도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티벳어 등 각 문화권의 언어들로 인권선언을 이야기한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없다.


* 찾아가는 법 (본 블로그의 추천일정을 기준으로 합니다.)

국립 게르만 박물관(Germanische Nationalmuseum)의 정문 앞 길이 인권의 길이다. 이 길의 행정구역상 명칭은 카르토이저 골목(Kartäusergasse).


참고로 인권의 길을 지나자마자 구 시가지의 성벽이 보인다. 뉘른베르크는 구 시가지의 성벽을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옛 제국도시의 방어벽이기도 한 성벽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장소가 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