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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보/버스

다시쓰는 버스정보 10. 기타 - 야간 버스

편의상 야간 버스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CNL 등 야간열차처럼 별도의 버스 상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똑같은 고속버스인데 밤에 달리는 차이만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고속버스 노선이 크게 늘어나면서 야간 버스 노선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 독일 내를 오가는 것도 물론이고 독일과 다른 나라를 연결하는 노선도 늘어났다. 야간 버스는 그만큼 이동시간을 벌어 관광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배낭여행족에게는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는데, 야간 버스 이용 시 주의할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한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주의사항은 "야간 버스라고 해서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의자가 더 편한 것도 아니고, 의자가 많이 젖혀지는 것도 아니다. 담요 등 침구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야간열차의 쿠셋칸처럼 몸을 누일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독일의 버스는 좌석이 편하고 승차감이 좋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몇 시간 내내 등받이를 기울이고 편하게 숙면을 취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허리가 안 좋거나 잠자리가 예민한 편이라면 야간 버스 이용은 절대적으로 피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에서 함부르크(Hamburg)까지의 야간 버스를 이용해보았다. 운행 업체는 도이체 투어링(Deutsche Touring).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버스는 승객이 많지 않았지만 일부 승객이 두 좌석에 걸쳐 몸을 구기고 눕거나 다리를 뻗고 있어 앉을 좌석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물론 자리가 없다면 깨워서 내 좌석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전반적인 분위기가 매우 어수선하고 불편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야간 버스라고 해서 정차하는 도시가 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밤중에 계속 버스가 정차하고 승객이 승하차한다. 당연히 정차할 때 기사가 불을 키고 안내방송을 한다. 억지로 잠을 청하다가도 깨는 일이 반복된다.


안내방송은 독일어 위주다. 한밤중에 정차하기 때문에 여기가 어디인지 바로 파악하기 힘들다. 안내방송을 독일어로만 하면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다소 혼란스러울지도 모른다. 어쨌든 버스가 정차하면 짐을 꺼내기 위해 기사는 하차한다. 몇 분의 여유는 있으니 어디인지 정 확인하기 어려우면 잠깐 내려 기사에게 물어봐도 좋다.


화장실은 버스 내에 기본적으로 1개씩 있다. 생리 현상의 해결과 간단한 세면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샤워시설은 당연히 없을뿐 아니라 목적지의 버스 터미널(ZOB)에도 샤워시설이 없으니 바로 씻는 것은 불가능하다. 야간열차는 목적지 기차역에 유료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라도 있겠지만 버스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 이것은 특히 여름에 이용할 때 애로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


중간에 휴게소도 한 번 정차한다. 솔직히 필자는 계속 억지로 잠을 청하느라 휴게소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창밖으로 힐끔 보기로는 주유소에 정차해서 10여분 쉬는 것으로 보였다. 주유소에 딸린 조그마한 편의점에서 음료나 간식 정도는 구매할 수 있을 듯.


버스 내에 전원 충전이 가능한지 여부는 버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다. 좌석에 전원이 있다면 한 좌석마다 있는지 또는 두 좌석에 하나가 있는지도 다르다. 만약 두 좌석당 하나의 전원이 있는데 나보다 먼저 탑승한 사람이 그 전원을 쓰고 있다면 나는 쓸 수 없다. 카메라나 휴대폰을 충전해야 한다면 혹시 그 뜻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것.

* 버스에서는 멀티탭 사용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량에서는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런 상태에서 멀티탭을 사용해 많은 전력을 사용하려 할 경우 속된 표현으로 전기가 튀어 가전제품을 망가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야간 버스 역시 독일의 열악한 ZOB을 이용하므로 연착이 발생하면 알 방법이 없다는 점도 감수해야 한다. 그 시간에는 모든 티켓 오피스도 문을 닫기 때문에 물어볼 곳도 없다. 터미널 건물이 있는 ZOB이라면 그나마 실내에서 기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깜깜한 길거리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필자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야간 버스를 탑승할 때 버스가 약 2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버스가 오지 않으니 사람들은 정류장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우왕좌왕하며 확인하곤 했다. 서로 이 정류장에 맞느냐 물어보지만 서로 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불안함 속에 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낮에는 물어볼 곳이라도 있으니 불안이 덜하지만 컴컴한 밤중에 확신 없이 기다리는 것은 생각보다 큰 불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