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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보/뉘른베르크

Nürnberg | Fest.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Weihnachtsmarkt)은 겨울철 최대의 축제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나라는 많이 있는데,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은 신성로마제국의 전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성로마제국의 계승자인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가장 성대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유래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시대 신성로마제국에서는 겨울철 성 니콜라스 데이(12월 6일; 성자 니콜라스가 순교한 날)에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성자 니콜라스가 주는 선물"이라며 작은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 그래서 성 니콜라스 데이를 즈음하여 아예 선물을 위한 시장이 노천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이것이 크리스마스 마켓의 원조다.


가장 오래 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1434년 드레스덴(Dresden)에서 시작된 것으로 꼽힌다(단,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역사가도 있다). 이후 뮌헨, 빈(오스트리아) 등 신성로마제국의 주요 도시에서 차례로 마켓이 들어서 신성로마제국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그런데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이 풍습을 따르지 않고, 로마 제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로 기념하기로 한 12월 25일 전날 밤에 자녀에게 선물을 주었다. 이후 루터의 신교를 받아들인 도시에서는 자연스럽게 풍습이 바뀌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를 위한 마켓이 11월 말 대림절 즈음부터 들어서게 되었다. 이 마켓은 "아기예수 마켓"이라는 의미의 크리스트킨들 마켓(Christkindlesmarkt)이라 부르며, 그 원조는 1570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당시 독일 문화권)가 꼽히고, 뉘른베르크 역시 비슷한 시기부터 대형 마켓이 들어서면서 "세계 최대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참고로, 구교와 신교가 화해한 뒤 이 두 가지 풍습은 하나로 합쳐져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자 니콜라스가 선물을 주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성자 니콜라스가 바로 세인트니콜라스, 즉 산타클로스다. 오늘날 현대에 사는 한국인도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풍습을 받아들인 것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여기까지 도달하는 셈이다.


오늘날 독일에서는 Weihnachtsmarkt과 Christkindlesmarkt이라는 이름을 모두 사용하지만 굳이 그것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모두 똑같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큰 도시와 작은 도시를 가리지 않고 시내의 중심부에 천막을 세워 선물거리, 먹거리,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세계 최대"로 불리운다. 물론 현대에 들어 전세계 곳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흉내내며 큰 축제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뉘른베르크보다 더 큰 마켓이 열리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짝퉁"을 배제하고 역사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의 정신을 가지고 전통을 지키는 곳 중에서는 여전히 뉘른베르크가 으뜸이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주 개최 장소는 중앙 마르크트 광장(Hauptmarkt)이다. 넓은 광장은 천막으로 빼곡히 들어찬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구시가지 곳곳에 이런 큰 시장이 더 들어선다. 모든 점포는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우후죽순 무질서하게 들어설 수 없다. 딱 정해진만큼 그 룰대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성황리에 열린다.


마켓은 11월 마지막주 금요일부터 시작되어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열린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니까 크리스마스에도 열리지 않을까? 또는 연말연시까지 겨울의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에 칼같이 닫는다. 그러니 마켓을 구경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기간을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 또한 마켓의 점포들은 10시에 개장하여 밤 9시쯤 문을 닫는다. 밤새도록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뜻.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큰 트리도 만들고,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하고, 캐롤이 울려퍼지며 앙증맞은 분위기가 연출되니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구경해볼만한 볼거리다. 그 분위기는 낮보다는 불빛으로 장식되는 밤에 더 멋들어진다. 독일의 겨울은 오후 4시경부터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폐장 전까지 구경하며 즐길 시간은 충분하다. 단, 야외 축제이기에 날씨가 많이 추울 수 있으니 꼭 무장을 단단히 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