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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독일, 노후 디젤차 도시운행 금지 합법

슈투트가르트에서 노후 디젤차의 도심진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추진한다는 기사를 몇 달 전 소개했는데, 디젤차 소유자, 특히 오래된 차량을 소유한 저소득자 사이에서 격렬한 반대가 있어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환경단체가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의 환경단체는 시당국이 대기질 개선에 노력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고,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환경단체가 승소하였고, 시당국은 노후 디젤차 운행금지를 포함해 적극적인 대기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법적인 책임을 확인받았다.


물론 당장 노후 디젤차의 도심 진입이 금지되는 건 아니다. 시당국이 다른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도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후 디젤차가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인만큼 어떤 식으로든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규제로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지자체마다 대기오염 정도가 다르니 오염이 심한 도시에서, 오염이 심한 날 운행이 금지되는 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판결을 두고 독일 연방정부도 대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독일 환경부 장관은 깨끗한 대기를 누리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며, 노후 디젤차의 개선을 위해 자동차 회사가 이를 개량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노후 디젤차라는 것이 10년 20년된 차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유로5까지 해당되니 2013년 이전에 제조된 디젤차가 모두 해당된다. 최대 1천만대 이상이 적용대상이라고 한다.


한국에 살다보면 독일의 공기는 매우 깨끗하게 느껴진다. 독일 전국을 다 다녀봤지만 공기가 나쁘다는 느낌을 받은 도시는 베를린뿐이었다. 그마저도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공기가 매캐한 서울만큼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독일은 공장이 많고 자동차(특히 디젤차)가 많아서 EU에서는 대기오염이 심한 편으로 꼽힌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의 미세먼지 정책을 보면서 우리가 독일에게 하나 배울 점이 있다. 서울시는 차량 운행을 강제로 금지할 수 없으니 대중교통 무료로 자발적인 차량 운행 감소를 유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세금만 낭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 노후 디젤차의 운행을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 조치는 시당국의 당연한 의무라고 독일 법원이 가르쳐준다. 그래서 강제로 차량 운행을 못해서 피해보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그 차량에 결함이 있으니 차량을 판매한 곳에서 뒤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독일 정부가 가르쳐준다.


독일 자동차 회사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계획을 진작 밝혀왔지만 소프트웨어를 손본다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결국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하고(저감장치 장착 등), 그로 인해 연비가 떨어질 것이다. 자동차 회사가 전부 다 부담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고 소송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대기오염이 심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라고 중국만 욕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국가는, 정부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도 높게 평가한다. 돈이 얼마가 들든 "뭐라도 한 건" 서울시가 최초 아닌가.


다른 지자체 또는 다른 정당에서는 서울시가 돈만 날렸다며 탁상행정이라 욕한다. 그들이 뭐라도 하면서 그런 말을 하면 들어줄 가치가 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욕하면 그것은 들어줄 가치도 없다.


미세먼지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천히 대책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여유있는 문제도 아니다. 중국이 가장 큰 문제인 건 맞지만 중국 주석의 멱살을 잡고 대책을 뜯어낼 수 없다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지금은 뭐라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설령 효과가 미비하여 돈을 낭비하게 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되는 시점이다. 사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다. 노후 차량의 운행 금지는 당연한 합법이라 하고, 그래서 피해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차량을 팔아 돈을 번 자동차 회사가 책임지라 하는 독일의 발상을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