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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01. 하노버 프륄링 페스트에 가다.

독일의 겨울은 참 혹독합니다. 온도계를 보면 미칠듯이 춥지는 않아야 하는데 칼바람이 뼈마디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춥고, 파란 하늘 보기가 어려워 기분도 우울해지는데, 종종 폭풍이 쓸고 지나가 더 심란하게 만들죠.

 

아, 이제 겨울이 끝났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건 부활절 시즌 즈음입니다. 부활절은 독일에서 종교와 상관없이 기념하는 가장 큰 명절입니다. 그리고 부활절 시즌을 전후하여 각 주요 도시는 일제히 봄 축제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사람들은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되죠.

 

비슷한 시기에 독일 각지에서 봄 축제가 열립니다. 이름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지만, 그들이 즐기는 방식은 같습니다. 넓은 공터에 놀이시설이 들어서고, 선물거리(특히 아이들을 위한)와 먹고 마실 것을 파는 매점이 함께 자리를 잡습니다.

 

많은 분들이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방식이 같습니다. 단지 옥토버페스트가 압도적으로 규모가 커서 유명한 것이지, 독일 전국에서 비슷한 축제가 계절마다 열리는 겁니다.

올해도 독일 각지에서 봄 축제가 열리고 있거나 또는 곧 열리게 됩니다. 하노버(Hannover)에서 즐겼던 봄 축제를 통해 그 분위기를 소개해드립니다. 축제 이름은 프륄링 페스트(Frühlingsfest). 직역하면 "봄 축제"입니다. 이름도 참 솔직담백간단명료합니다.

축제가 열리는 도시는 축제를 위한 넓은 공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소에는 황량한 공터인데 축제 기간 중에 이렇게 놀이시설과 매점이 쫙 들어서게 됩니다. 하노버의 축제 장소는 쉬첸 광장(Schützenplatz)입니다. 4월이지만 해가 지면 쌀쌀해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같네요. 입장료는 없습니다. 자기가 놀고 먹는 것만 그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지불하면 됩니다.

롤러코스터, 대관람차, 회전목마, 범퍼카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놀이시설은 거의 다 있습니다. 아이들이 타는 소소한 장치부터 비명이 끊이지 않는 아찔한 장치까지 다 있어서 전 연령대를 커버합니다. 그리고 총 쏴서 인형을 맞추거나 축구공을 차서 골인시키면 경품을 받는 등 재미삼아 도전해볼 코스도 많이 있어요.

먹을 것도 빼놓을 수 없죠. 소시지나 감자튀김 등 독일 다운 먹거리부터 빵, 크레페, 솜사탕까지 주전부리가 종류별로 잔뜩입니다. 물론 독일에서 빠질 수 없는 맥주도 함께 하구요. 하노버에서는 특별히 뤼티에 라게(Lüttje Lage)라고 불리는 "섞어먹는 술"도 인기만점입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소맥 같은 거에요. 뤼티에 라게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축제는 밤까지 계속됩니다. 밤이 되면 각각 화려한 조명이 눈 아플 정도로 찬란하게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밤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은 빠져나가고 젊은이들만 남게 되죠. 훨씬 시끌벅적해지고 축제의 분위기도 더 살아납니다.

 

며칠이 지난 뒤 날씨가 쾌청한 날 한 번 더 찾아가봤습니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 독일인이 노는 모습은 똑같더군요.

봄 축제는 혹독한 겨울을 참고 버틴 현지인들이 드디어 야외에서 나들이하며 놀 수 있는 날입니다. 현지인들은 연례행사처럼 봄 축제에 꼭 도장 한 번 찍고 갑니다. 아무래도 현지인의 로컬 축제 분위기가 강하고, 요란하고 화려한 맛은 덜해요.

 

이것을 구경하러 일부러 날짜까지 맞춰서 여행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정말 솔직히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침 여행 일정이 딱 맞았다면 낮이든 밤이든 잠깐이라도 구경하면서 사람들 비명소리 들으며 소시지도 사먹고 한 바퀴 구경해보시라고 권할 수는 있습니다.

 

하노버 프륄링 페스트의 2018년 일정은 3월 31일부터 4월 22일까지입니다. 다른 도시의 봄 축제는 일정이 다르다는 점은 참고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