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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15. 본에서 소름 돋았던 사연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독일에서 큰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눈에 익게 되는 마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전철 에스반(S-bahn)의 심볼이죠.

뮌헨의 대중교통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녹색 원에 S라고 적힌 것이 바로 에스반 마크입니다. 꼭 전철을 타지는 않더라도 중앙역을 포함한 시내 중심지에 에스반 정류장이 있으니 이 마크를 수시로 볼 수밖에 없죠. 우반 마크인 파란색 U는 지역마다 모양이나 색상이 조금씩 달라요. 그런데 에스반만큼은 전국 공통입니다.


독일 본(Bonn)을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독일 역사 박물관(Haus der Geschichte; 직역하면 "역사의 집"이라는 뜻)에 들어갔습니다. 독일의 근현대사에 관한 자료들이 꽤 충실하게, 그것도 무료로 전시되어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오래 된 전시자료 중 이런 것을 보았습니다.

역사적인 전시자료 속에 있는 에스반 마크가 지금과 똑같아요. 차이가 있다면 녹색 원이 아니라는 점 정도. 그러나 그 색상과 S자의 폰트는 같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 마크를 사용한 걸까, 궁금해서 찾아봤죠.


독일 최초의 에스반은 베를린에 생겼습니다.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의 상용화에 성공한 뒤 베를린 중심과 근교를 연결하는 광역철도 노선에 적용되었고, 이것을 "빠른 열차"라는 뜻의 슈넬반(Schnellbahn)이라 부르다가 줄여서 에스반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슈넬반의 첫 운행이 1924년. 놀랍게도 녹색의 S자 마크는 1924년부터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세상이 변하면서 바꿀 법도 한데, 분단이나 통일 같은 거대한 사회의 변화도 있었는데, 전철 마크는 90년 넘게 변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독일은 꽤 보수적인 나라입니다. 집요할 정도로 연구하고 토론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것에 만족하면 어지간해서 바꾸지 않습니다. 아직도 편지로 민원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고집하는 것에는, 어지간해서 세상을 바꾸지 않는 그들의 고집이 담겨 있습니다.


독일인은 그런 사람들이라고 책을 통해 배우기는 했지만, 막상 실제로 보고 나니 소름이 돋더군요.


독일을 여행하다보면 이런 뜻밖의 발견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독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