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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20. 모든 TV 타워의 어머니

N서울타워, 제 연배에서는 남산타워라는 이름이 더 친숙할 텐데요. 이런 탑의 용도는 뭘까요? 전망대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남산타워 같은 탑의 용도는 전파 송수신탑입니다. 보통 TV 전파의 송수신을 담당하므로 TV 타워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죠. 남산타워도 처음에 만든 목적은 그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남산타워에 놀러 갔죠. 전망대가 있으니까요. 높은 탑을 만든 김에 상층부에 건물을 추가하여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TV 타워도 그렇죠. 상하이 동방명주탑, 도쿄 스카이트리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이 공식은 똑같습니다. 디자인이 좀 다르다 뿐이죠.


그러면 이런 식의 TV 타워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바로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입니다.

슈투트가르트 TV 타워는 1956년 건설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후 하나둘 국가를 재건하는 중이었죠. 당시 TV 수신 상태는 매우 열악했다고 합니다. 1953년의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식을 전세계 2500만명이 생중계로 보았다는데, 슈투트가르트에서는 전파가 안 잡혀 볼 수가 없었대요. 1954년 스위스 월드컵도 볼 수 없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거대한 TV 타워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높이는 217m. 당시에는 전세계 어디에도 이런 TV 타워는 없었습니다. TV 타워 기능을 수행하려면 기관실 등 최소한의 시설은 존재해야 했죠. 그래서 타워 중간에 방으로 쓸 건물을 추가해야 했는데, 이왕 만드는 김에 레스토랑이나 전망대 등으로 활용하려고 좀 더 큼직하게 건물을 추가했습니다. 그게 지금의 모습입니다.


슈투트가르트의 TV 타워를 전세계에서 참조했습니다. 기능면에서도 우월했고, 전망대 등으로 활용하면서 상업적으로도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식이었거든요.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공식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슈투트가르트 TV 타워는 모든 TV 타워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므로 빠르고 편하게 전망대에 도달합니다. 전망은 매우 시원합니다. 슈투트가르트 시내를 조망하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좋지는 않아요. 중앙역이나 시청사 등 큼직한 건물만 눈에 띕니다. 대신 사방으로 펼쳐진 넓은 숲의 풍경이 정말 좋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숲에 그 유명한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검은 숲)도 포함됩니다.

흐린 날이어서 일몰 시 노을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갔지만 뜻하는 바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구름 뒤로 일찌감치 숨어버렸네요. 그러나 점점 어둬어지는 하늘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식도 못 봐, 월드컵도 못 봐, 발을 동동 굴렀을 당시 슈투트가르트 시민의 안타까움이 이만큼 높이 쌓인 건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