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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68. 리오픈 유네스코 문화유산

2018년 4월, 따끈따끈한 리오픈(재개장) 문화유산이 있습니다. 긴 보수공사로 내부 입장이 통제되었으나 이제 찬란한 유산을 마음껏 관람할 수 있게 된 곳입니다.

바이에른 북부, 그러니까 독일로 치면 중부보다 조금 동남쪽에 있는 바이로이트(Bayreuth)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오페라극장이 있습니다. 중세의 오페라극장은 <오페라의 유령> 등 여러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접해보셨을 것입니다. 중세에는 귀족의 사교장소가 이런 클래식극장이었기에 내부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죠. 그래서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내부의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특별한 인상을 남깁니다.


1748년 개장한 바이로이트의 마르크그라프 오페라극장(Markgräfliche Opernhaus)은 이러한 중세 바로크 양식의 극장의 모델이 된 특별한 곳입니다. 훗날 지어지는, 그 유명한 오스트리아 빈, 독일 드레스덴 등의 극장이 바이로이트의 스타일 그대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관련 자료에는 여기를 변경백의 오페라극장이라고 적습니다. 마르크그라프(Markgraf)가 한국어로 변경백이에요. 같은 의미인데요. 그러면 "변경백은 또 뭔데?" 하는 질문을 유발하는 어려운 단어라서 저는 그냥 현지어를 빌려 마르크그라프 오페라극장이라 적었습니다.


참고로, 변경백은 한 지역의 권력을 가진 영주를 의미하는 여러 단계 중 하나입니다. 대공, 공작, 후작, 변경백, 방백 등 등급이 굉장히 많아요. 일일이 설명하면 너무 어려우므로 변경백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큰 권력을 가진 영주가 죽고 난 뒤 상속 과정에서 국경 부근의 땅을 물려받아 통치권을 가지게 된 영주를 의미합니다. 아무래도 국경 지역은 침략을 막아야 하므로 군사력도 더 강해야 하고 권한도 있어야죠. 그래서 통치하는 땅은 좁지만 권한은 제법 강한 군주가 변경백이었습니다. "변경(邊境)"이라는 단어 자체가 "변두리[邊] 국경[境]"이라는 뜻이니 거기서 의미를 유추하면 간편합니다.


바이로이트의 변경백은 이런 강한 힘을 가졌으니 도시 규모는 작아도 그들이 누리는 문화의 호화로운 정도는 큰 도시 부럽지 않았겠죠. 마르크그라프 오페라극장은 그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일반 객석과 좌우편의 박스석을 구분하고, 박스석은 등급이 또 나뉘어서 귀족의 권력에 따라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 등, 오늘날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중세 오페라극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내부는 굉장히 화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칠로 인위적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곡선과 장식으로 자연스럽게 화려한 품격을 표현하였습니다.


내부의 이 모든 장식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나무를 일일이 깎고 다듬어 이런 스케일의 걸작을 남긴 건축가는 이탈리아 출신의 주세페 갈리 비비에나(Giuseppe Galli Bibiena). 그의 아들과 함께 대업을 완수하였고, 이런 확실한 "포트폴리오"가 있으니 이후 여기저기서 의뢰가 들어와 빈 오페라극장, 뮌헨 오페라극장, 드레스덴 오페라극장 등 여러곳에서 극장 인테리어 설계를 맡게 됩니다. 자신이 스타일은 고수했겠죠. 그래서 마르크그라프 오페라극장이 이런 다른 유명 극장의 롤모델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고전주의 스타일의 웅장한 외관은 바이로이트 궁정 건축가 조셉 생피에르(Joseph Saint-Pierre)의 작품입니다. 내부가 워낙 화려하고 건축사적인 의의도 높아 외관의 건축미는 가려진 경향이 있는데, 생피에르 역시 바이로이트에서 궁전과 극장 등 많은 건축을 도맡아 품위 있는 시가지를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극장의 건설은 당시 바이로이트 변경백의 아내인 빌헬미네의 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외동딸이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대공과 혼인을 맺자 결혼식 축하공연을 열 장소로 만들었대요. 도시 사이즈는 작아도 권력은 강하니 이렇게 영주의 스케일이 컸습니다.


18세기 유럽 귀족의 클래식 문화를 상징하는 장소로서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문화유산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강하기 위해 보수 공사에 들어갑니다. 나무로 만들었으니 훼손된 부분이 더러 있어 이를 복원하였고, 섬세한 프레스코화도 다시 채색하여 복원하는 등 18세기 당시의 격조 높은 분위기를 다시 복원하는 게 공사의 목적이었습니다.


2013년부터 본격 시작된 공사가 2018년에 끝났습니다. 4월 12일 대망의 그랜드오픈 공연이 열렸고, 이제 관광객도 내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단, 여기서 실제 공연이 열리는 날에는 리허설 등의 문제로 관광객의 입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방문하실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미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