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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84. 마르크스 200주년 트리어

인류 역사상 굉장히 많은 철학자가 등장했는데, 그 중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를 꼽으라면 누구나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를 언급할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로부터 출발한 사상이 낳고 낳은 결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 중 하나가 한국이기에 아마도 한국인 중에는 마르크스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저도 철학 전공은 아니라 함부로 이야기할 위치는 아니지만, 마르크스의 사상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많이 변질됐죠.


카를 마르크스가 태어난 해가 1818년.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입니다. 그의 고향인 독일 트리어(Trier)에서는 마르크스 200주년을 나름 성대하게 기념하며 이런저런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 거대한 동상입니다. 요즘 독일에서 어떤 특정인물의 동상을 이렇게 초대형 사이즈로 만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괴테나 루터 등 전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인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마르크스의 동상을 이 정도 사이즈로 만드는 건 오버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기초석의 높이를 빼고 순수히 동상의 높이만 따져도 4.4미터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이 동상은 중국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련까지 몰락한 이후 사회주의의 맏아들을 자처하는 중국이기에 "마르크스의 후계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데요. 그런 중국이니까 마르크스 200주년에 더 큰 의의를 부여해 대형 동상을 만들어 트리어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동상이 좀 조잡해보이는 것은 made in China의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트리어에서는 이걸 설치해야 할지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나 마르크스가 무슨 히틀러 같은 죄인도 아닌데 굳이 배척할 이유도 없는지라 동상을 설치하기로 결정했고, 마르크스의 생일인 5월 5일에 제막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위치는 포르타 니그라(Porta Nigra) 부근이니까 시내 중심입니다.



트리어에는 카를 마르크스 생가도 있습니다.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 사람들, 영향을 받은 사람들, 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하듯 꾸준히 찾는 곳입니다.

트리어는 고대 로마의 도시에서 출발했고, 알프스 이북에서 고대 로마의 흔적이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꼭 마르크스가 아니더라도 트리어를 방문할 이유는 차고 넘치죠. 이왕 방문한 김에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준 철학자의 흔적을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