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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06. 독일 ICE 기차 1등석 탑승후기

몇년만에 독일에서 ICE 1등석에 타보았습니다. 2018년의 따끈따끈한 ICE 1등석 모습과 함께 간단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독일의 자랑인 초고속열차 ICE입니다. ICE 3 모델인데 최근 생산된 열차 같습니다. 내부가 최신식으로 싹 바뀌어 있었거든요. 사실상의 공기업인 독일철도청은 공무원 특유의 경직된 문화로 독일 내에서도 불만의 대상이라고는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하고 계속 진화하는 정반대의 모습도 가지고 있습니다.

1등석에 탑승합니다. 출입문 앞에 1이라고 써있는 곳이 1등석 객차입니다. 2는 당연히 2등석이죠. 일단 열차에 탑승한 뒤에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도 있으니 2등석 객차에 탔어도 1등석으로 이동하는 건 쉽습니다. 주로 1등석과 2등석 사이에 식당칸이 있으므로, 2등석에 탔다면 식당칸 지나 반대쪽으로 쭉 가로지르면 됩니다.

1등석 내부입니다. 2-1 구조로 되어 있어 좌석이 넓고 앞뒤 간격도 충분하며, 통로도 넓기 때문에 큰 캐리어를 끌고 가더라도 전혀 불편없이 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머리 위 선반 공간이 충분하여 큰 짐도 쉽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건 2등석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머리 양편을 받쳐주는 머리받이도 있고, 시트는 충분히 푹신하며 뒤로 젖혀집니다. 사진 왼쪽에 슬쩍 보이는 것처럼, 다리 긴 서양인이 쭉 뻗고 앉아도 여유 공간이 남을 정도로 앞뒤 간격은 충분히 넓게 세팅되어 있고, 좌석마다 충전 콘센트도 있습니다.

ICE 신형 열차의 내부에서 달라진 것은, 기존에는 창문이나 머리 위 선반에 표시된 예약정보가 이제 좌석 옆에 표시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좌석이 예약되었다면 여기에 예약된 구간이 표시되며, 그 좌석에는 앉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위 사진에 보면 예약된 구간은 나오지 않지만 뭐라고 적혀있죠. 그래서 예약된 좌석이라 생각해서 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모든 좌석에 다 이렇게 적혀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GGF. RESERVIERT. 독일어 발음으로는 게게에프 레저비어트. 이건 "필요하면(gegebenenfalls) 예약됨"이라는 뜻입니다. 즉, 지금은 예약이 안 되어있지만 누가 예약할 수 있는 좌석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좌석에는 일단 앉아도 됩니다. 단, 이미 예약된 좌석이어서 나한테 비켜달라는 사람이 타게 될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내 좌석을 확보하여 편하게 목적지까지 가고 싶다면 편도 4.5유로를 내고 예약하면 됩니다. 아울러 1등석 티켓을 구간권으로 구매했다면 자동으로 예약이 포함됩니다. 독일철도패스 소지자 등 예약이 안 된 승객만 이것을 주의하면 됩니다.

지금의 ICE 열차는 무료 와이파이도 제공됩니다. 한국인들은 "그게 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 같은 쇼크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2등석은 사용 용량이 제한되지만 1등석은 무제한입니다. 현지 통신사 유심을 사용해도 기차 이동 중에는 전파가 약해 끊기는 순간이 많은데 ICE 와이파이는 상당히 안정적이더군요.

1등석은 종종 웰컴스낵도 가져다줍니다. 때 되면 한 번씩 직원이 쟁반 들고 다니며 필요한 승객이 집어가도록 하는데, 내가 탑승하는 구간에서 내가 탑승하는 객차에 직원이 돌아다녀야 얻을 수 있는 거니까 무조건 받게 되는 건 아니고, 그냥 기차 타고 가다보면 뜻하지 않게 주전부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씀드립니다. 몇년 전에는 하리보 골든베어 젤리를 줬는데, 이제는 독일철도청에서 자사 로고를 박아 제작하나봅니다.


그 외에도 1등석은 칸마다 신문이나 잡지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독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겠습니다만, 몇년 전에는 가끔 심심할 때 스포츠 소식이라도 보려고 몇 번 집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와이파이를 제공하니 손이 가지 않게 되네요.

서비스도 많이 개선되는 게 보였습니다. 지금 기차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스크린으로 알려줍니다. 이것도 "그게 뭐?" 싶으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에게는 세상의 종말을 또 한 번 예감하는 쇼크를 주었습니다. ICE는 차장이 직접 안내방송을 하는데, 영어로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뭐라뭐라 혼자 중얼거리고 끊을 때도 있거든요. 내가 내릴 지점을 스크린을 통해 미리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독일철도청은 요 몇년 사이 계속 1등석을 프로모션하며 공들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서비스도 개선되고 있고, 이용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혹시 독일철도패스 등의 1등석 패스를 가지고 탑승하실 분들은, 그래도 내가 비싼 돈 주고 1등석 패스를 샀는데 편하게 이동하고 싶을 것 아니에요. 그러면 좌석은 따로 예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



저는 올림푸스코리아의 트래블마스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 게재된 사진은 모두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카메라에 올림푸스 ED 12-100 f4 Pro 렌즈로 촬영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