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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36. 쾰른 맛집, 가펠 암 돔

쾰른 하면 대성당 다음으로 유명한 건 뭘까요? 아마 향수와 맥주로 갈릴 것 같네요. 저는 맥주덕후라서 과감히 맥주를 택하겠습니다.


쾰른은 쾰슈(Kölsch)라는 로컬 맥주가 있습니다. 쾰슈는 지정된 방식으로 오직 쾰른에서 만든 맥주만 얻을 수 있는 타이틀입니다. 똑같은 방식을 흉내내어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도 그건 쾰슈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쾰슈를 만드는 양조장은 다 합쳐도 전세계에서(물론 쾰른에서) 약 10곳뿐이고, 그 중 양대산맥이 바로 가펠(Gaffel; Privatbrauerei Gaffel Becker & Co)과 프뤼(Früh; Cölner Hofbräu Früh)입니다. 쾰른 여행 중 가펠과 프뤼는 반드시 마셔보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구요. 이번 포스팅은 그 중에서 가펠의 비어홀인 가펠 암 돔(Gaffel am Dom)의 소개입니다.

"대성당 옆 가펠"이라는 뜻이 가펠 암 돔은, 그 이름 그대로 진짜 대성당 바로 건너편에 있습니다. 유명한 가펠의 쾰슈를 마시기 위해서 일부러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대성당에서 길만 건너면 됩니다. 아쉽게도 야외 테이블이 없어 대성당을 바라보며 한 잔 하기는 어렵지만(창가에서는 조금 보입니다) 어차피 전망 때문에 가는 곳이 아니라 맥주 때문에 가는 곳이니 큰 흠이 되지 않습니다.


입구가 작아서 내부도 좁을까 우려했지만 폭이 길어 좌석이 굉장히 많이 있는 큼직한 비어홀입니다. 직접 양조한 신선한 생맥주와 대중적인 독일 요리를 판매하구요. 일부러 옛날 분위기를 내려 한 것이 느껴지는 인테리어 역시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쾰슈 레스토랑의 점원은 쾨베스(Köbes)라고 부르는데요. 푸른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전용 맥주 캐리어를 들고 다니는 게 특징입니다. 19세기경부터 등장했다고 해요. 제가 많은 레스토랑을 다녀보지는 못해서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쾰른은 유독 나이 든 백발 성성한 할아버지 쾨베스가 많이 보입니다. 이 또한 도시의 전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스타일이라면 쾨베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쾰슈 한 잔 놓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 그렇게 하는 건 강매(?)니까 주문을 받은 뒤 음료나 맥주를 가져다주는데요. 늘 맥주 캐리어를 휴대하며 다니기 때문에 쾰슈를 주문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한 잔 꺼내 테이블에 올려줄 것입니다.


쾰슈 맥주는 특이하게 200ml짜리 작은 잔을 사용합니다. 다 마시고 잔이 비어있으면 어느 순간 쾨베스가 나타나 빈 잔을 치우고 새 잔을 놓고 갑니다. 이 또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새 잔을 주는 게 전통적인 스타일인데,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는 더 마실 거냐고 물어보기는 합니다. 그리고 컵받침에 몇 잔 마셨는지 숫자를 적어두고 나중에 계산하죠.


만약 더 안 마시겠다면 빈 잔 위에 컵받침을 올려둡니다. 그러면 쾨베스가 와서 조용히 잔을 치워줍니다. 이게 전통적인 스타일이구요.


쾰슈는 상면발효 방식으로 만듭니다. 보통 라거나 필스너 등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스타일(어디까지나 스타일이지 맛이라고는 안 했습니다)의 맥주는 하면발효입니다. 맛의 느낌이 확 틀려요. 쌉쌀한 것 같지만 그게 먹기 불편한 게 아니라 특이한 풍미를 선사합니다.

가펠에서 만든 다른 맥주도 마셔보았습니다. 존넨 호펜(Sonnen Hopfen)이라는 맥주인데, 마시면 레몬향이 확 풍겨요. 레몬 섞은 라들러? 아닙니다. 맥주 만들 때 홉이 들어가는데, 미국에서 재배한 시트라홉을 사용합니다. 홉 자체에서 레몬향이 나서 맥주에서도 그 향이 납니다. 굉장히 산뜻하고 맛있어요.


혹시 마트나 편의점의 4캔 1만원 행사 맥주 중 프랑스의 크로낭부르(크로넨버그) 1664 블랑 맥주를 마셔본 분들이라면 맥주에 과일향이 산뜻하게 들어가는 그 느낌을 아실 것 같은데요. 블랑은 진짜 과일이 들어간 것이고, "맥주순수령"을 고집하는 독일에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홉에서 다른 맛을 추출하는 멋진 실험에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가펠 쾰슈 맥주도 4캔 1만원 행사에 종종 등장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셔볼 수 있으니 대체 쾰슈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면 도전해보세요. 아무래도 생맥주보다는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독특한 풍미는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존넨 호펜도 한국에 병맥주를 수입하더군요. 라벨의 그림 때문에 "밤비 맥주"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어감이 안 좋다 생각했음인지 소넨 호펜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못 마땅하지만, 시트라홉의 특이하고 산뜻한 맛은 한국에서도 체험 가능합니다.


각설하고, 다시 가펠 암 돔으로 돌아와서,


200ml잔의 장점은, 일행과 대화하며 오래 마셔도 김이 빠지지 않은 신선한 맥주로 계속 리필해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구요.


200ml잔의 단점은, 원샷 또는 투샷에 잔이 비워져 버려서 얼마나 마셨는지 자각할 틈 없이 계속 마시다가 주량을 오버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