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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45. 독일식 소맥 뤼티에 라게 도전기

제목은 "독일식"이라고 했으나 이것은 독일 하노버 지역의 전통, 그러니까 하노버식 소맥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뤼티에 라게(Lüttje Lage) 도전기입니다.


마치 한국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말아" 마시는 것처럼 하노버에도 독한 술과 맥주를 섞어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특히 축제 현장에서 아주 인기가 높은데요. 그 술의 이름이 뤼티에 라게입니다.

뤼티에 라게를 시키면 이렇게 "한 판"으로 나옵니다. 큰 잔에는 맥주가, 작은 잔에는 슈납스(독일식 증류주)가 담겨 있고, 총 11세트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뤼티에 라겐(Lüttje Lagen)이라고 복수형으로 적는 게 더 보편적입니다. 늘 복수형으로 구성되니까요.


그러면 대체 이걸 어떻게 섞어마시는고 하니, 맥주잔과 슈납스잔을 한 손에 들고 마시는데 굉장한 스킬이 필요합니다.

음용법을 안내하는 그림입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맥주잔, 검지와 약지 사이에 중지를 걸고 슈납스잔을 들고 마시면, 작은 잔에서 슈납스가 큰 잔으로 떨어지고, 큰 잔에서 맥주와 섞여 입으로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말은 쉽죠. 실제로 해보면 다 흘려요.


저도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마신 것보다 흘린 게 더 많아서 결국 중간에 포기했습니다. 바닥에 흘리면 모르겠는데 얼굴에 쏟아지니까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어차피 위장에서 섞인다는 모토로 그냥 따로따로 마셔야 했네요. 당시 하노버에서 유학하던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것도 몇 번 도전해야 그 요령을 터득하게 된다고 합니다.

뤼티에 라게용 맥주는 하노버 지역 양조장에서만 만듭니다. 시판하는 맥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뤼티에 라게를 위한 맥주를 따로 만들어요. 색은 짙지만 도수는 3.2도 정도로 약합니다. 물론 슈납스의 도수가 30도를 훌쩍 넘으니 섞어 마시면 결코 약한 술이라 할 수는 없지만요.


자료를 찾아보니 뤼티에 라게는 오직 하노버에만 존재한다고 합니다. 독일 어디를 가도 찾을 수 없는 고유의 전통인 셈이고, 그래서 하노버의 축제에 가면 꼭 한 번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저처럼 도중에 포기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세요.

하노버 백화점의 식품매장에서 뤼티에 라게 선물세트도 팔더군요. 독일에서 오직 하노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색다른 기념품이 될 것입니다.


앞서 뮌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를 이야기하면서 하노버의 옥토버페스트는 뮌헨을 흉내내는 게 아니라 고유의 색깔이 있다고 했었는데요. 뤼티에 라게처럼 하노버 고유의 풍습이 생생히 살아있기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상, 어제 술 때문에 아내한테 혼나고도 또 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용감한 작가의 뤼티에 라게 도전기였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