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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180. 프랑크푸르트 한국 정원

프랑크푸르트 시내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그뤼네부르크 공원(Grüneburgpark)이라는 초대형 시민공원이 있습니다. 원래 그 악명높은 로스차일드(로트쉴드) 가문의 땅이었는데, 20세기 초 독일에서 민족주의 열풍이 불 때 반강제로 빼앗아 국유화 하였습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도 프랑크푸르트의 쾌적한 쉼터로 시민의 사랑을 톡톡히 받고 있는 이곳에 한국 정원(Koreanischer Garten)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습니다.

그뤼네부르크 공원 내에 한국식 정자(정각) 두 개를 설치한 아담하고 포근한 공간입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 한국이었는데, 이를 기념하여 한국에서 정자를 선물했다고 해요. 그래서 공원 한쪽에 정자를 설치하고 한국 정원을 조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10년 넘도록 관리가 되지 않다보니 둘 중 작은 정자는 이미 훼손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울타리를 치고 통제하고 있었고, 유감스럽게도 2017년 큰 정자는 불에 타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이런 공원 한복판에서 갑자기 불이 날 이유가 없으니 프랑크푸르트 경찰은 방화를 의심하고 조사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독일 언론의 보도를 보면 피해규모를 35,000 유로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래봬도 수천만원짜리 비싼 선물이었네요.


현재 한국 정원은 주변이 복구될 때까지 폐쇄된 상태라고 합니다. 이건 직접 가보기 전에는 상황 파악이 어려운 관계로 추후 프랑크푸르트에 갈 일이 있을 때 다시 체크해야 될 것 같네요.


애당초 한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아 정원을 만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관리하려면 연간 45,000 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에 프랑크푸르트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덕분에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부식되고 훼손되더니 방화까지 당하는 착잡한 상황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참고로, 한국 정원이 불타고 나서 정확히 1개월 후 공원 내의 중국 정원에서도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동양을 혐오하는 극우 인종주의자의 범죄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마침 지금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기간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죠. 한때 한국에서도 출판사가 총출동해 우리 책을 알리고 바이어를 찾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출판시장이 초토화된 지금 대형 출판사만 의무적으로(?) 참석할뿐 전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판시장에 발을 담그고 생업을 삼는 사람으로서 그저 씁쓸할 따름입니다. 마치 전소된 정자를 보는 것 같은 참담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