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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210.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 개막식

오늘 11월 30일, 드디어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이 개막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마켓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인만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저도 몇년 전 개막식에 한 번 가봤는데,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서 서로 몸을 밀착한 상태로 조금의 틈도 남지 않습니다. 겨울이니까 다들 패딩이나 두툼한 옷을 입고 있을 것 아니에요. 두툼한 옷들이 밀착하니 무슨 에어쿠션 달고 떠 다니는 기분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틈도 없으니 아쉽게도 사진 한 장 못 찍었네요.


개막식은 크게 거창한 건 아닙니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메인 광장인 중앙마르크트(Hauptmarkt)의 성모교회(Frauenkirche) 꼭대기 시계탑에서 개막을 선포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누가 개막을 선포하는고 하니, 바로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마켓의 마스코트인 크리스트킨트(Christkind)입니다.

성모 교회 시계탑에 이런 작은 테라스 공간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뉴스 기자가 방송하는 것이고, 바로 이 자리에서 크리스트킨트가 서서 천사의 날개를 펼치고 개막을 선포합니다.


„Ihr Herrn und Frau’n, die Ihr einst Kinder wart,

Seid es heut’ wieder, freut Euch in ihrer Art.

Das Christkind lädt zu seinem Markte ein,

Und wer da kommt, der soll willkommen sein.“


"신사숙녀 여러분, 한때 어린아이였던 이들이여,

오늘 기뻐하십시오.

아기천사가 여러분을 마켓에 초대합니다.

여기 오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저는 독일어를 거의 모르고 독일어는 구글 번역기도 엉망인 관계로 제 마음대로 적당히 의역했습니다.)


개막식은 저녁 5시 30분에 시작합니다. 그런데 1~2시간 전에 가도 이미 광장은 초만원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당시 광장에 자리를 잡지 못해 개막식을 보지는 못하고 크리스트킨트의 개막 선언만 스피커를 통해 들었는데, 이후 마켓을 배회하다가 언론과 인터뷰 중인 크리스트킨트를 먼 발치에서 보았습니다. 이런 천사의 옷과 왕관을 쓰고 개막을 선언합니다. 이 복장은 공식 활동 중 늘 입는 곳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크리스트킨트는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나고 오래 살았던 신장 160cm 이상의 16~18세 여학생 중 투표를 통해 선출하며, 임기는 2년이라고 합니다. (키 160의 자격조건은, 아무래도 아이들 속에 파묻히면 안 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리스마스마켓의 마스코트(홍보대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로 크리스트킨트를 선발하는 것은 194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이후 1969년부터 투표로 2년 임기의 크리스트킨트를 선발하고 있으며, 작년에 선발된 레베카 암몬(Rebecca Ammon)이 올해까지 맡습니다.


개막식은 저녁에 시작하지만 크리스마스마켓은 오전 1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됩니다. 즉, 인파가 바글바글한 개막식에 굳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오전부터 그 유명한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주의사항 하나.


몸을 움직일 틈도 없을 정도로 인파가 많으니 소매치기에게는 이렇게 좋은 먹잇감이 없겠죠. 누가 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알 수 없을 정도니까요. 귀중품은 각별히 챙기시기 바랍니다. 마침 뉘른베르크는 프라하 등 동유럽과 교통이 편하게 연결되기에 동유럽의 소매치기가 이 날 원정을 올 정도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