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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316. 부활, 드레스덴 성모교회

독일 드레스덴(Dresden)에 아름다운 명소가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성모교회(Frauenkirche)입니다. 기둥 없이 91m 높이의 거대한 돔을 세워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은 인류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드레스덴의 아름다운 바로크 시가지를 완성한 "강건왕" 아우구스트 2세의 이야기는 한 번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왕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종교까지 개종해가며 강한 권력욕을 보인 인물이었죠.

하지만 드레스덴 시민까지 개종에 동참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시민들은 더 근사한 개신교 교회를 지어 신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그게 바로 이 성모교회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교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 지은 것이 1743년. 당연히 드레스덴 시민에게는 "그저 교회 하나"의 의미에 그칠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성모교회는 사실 아주 최근에 지어졌습니다. 2005년 10월에 개장 행사를 가졌으니 14년 된 건물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인해 완전히 부수어진 것을 독일 통일 이후 재건하기 시작하여 2005년 완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일인 누구도 성모교회를 21세기에 지은 건물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300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고 생각하죠. 그 이유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 당시의 정신과 철학을 계승하며, 온 시민의 염원을 담아 복원했기 때문입니다. 즉, 성모교회는 "환생"이 아니라 "부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743년 이후 쭉 일관된 역사를 가지고 있노라 누구나 수긍하는 것입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군데군데 시커먼 벽돌이 사용된 것이 보일 겁니다. 전쟁이 끝난 뒤 시민들은 성모교회의 폐허 속에서 온전한 벽돌을 골라 번호를 달아 보관해두었습니다. 교회를 복원할 때 약 3,800개의 벽돌이 다시 사용되었기 때문에 시커먼 벽돌이 보입니다. 어차피 부수어진 것, 그냥 밀어버리고 새로 지을 수도 있는데 굳이 미련하게 이런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 미련함이 있기 때문에 성모교회의 역사가 단절되지 않고 "부활"에 이르게 된 셈입니다.


사실 동독은 종교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물론 기독교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비우호적이었죠. 동독 정부는 성모교회도 없애버리려고 했습니다. 교회 터를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서였대요. 하지만 드레스덴 시민이 반대합니다. 자유가 온전히 허용되지 않는 공산주의 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차마 성모교회를 밀어버리지 못할 정도로 반대의사가 완강했습니다.


동독이 유지된 수십년간, 성모교회는 그렇게 폐허로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넘버링까지 해가며 잔해를 모아 미래의 복원을 준비하였고, 마침내 21세기에 역사가 이어지는 감동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복원 과정에서 최대한 원래의 모습대로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눈물겨웠습니다. 다행히 설계도는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설계도에서 교회 출입문이 빠져 있었대요. 청동문에 문양을 새겨야 되는데 원래 청동문이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드레스덴에서는 온 시민에게 자료를 구합니다. 전쟁 전 성모교회의 사진을 가진 사람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시민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진첩을 뒤졌습니다. 마침 성모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었대요. 그 사진을 받아 똑같이 출입문을 복원합니다.


이 정도 고집스러운 정성을 들였기에 복원에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재건 비용은 1억 8천만 유로, 현재 시세로 약 2300억이 들었습니다. 그 중 절반은 기부금을 모아 해결했다고 합니다. 국민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거죠.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독일은 온 국토가 세계대전 중 폐허가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중세의 건축이 복원된 것은 모든 도시마다 몇개씩 가지고 있는 스토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레스덴 성모교회가 복원을 마치고 문을 열었을 때 온 독일인이 자기 일처럼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것은 드레스덴이 유독 전쟁의 상처가 컸던 도시이므로 성모교회의 복원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일단 주제에서 벗어나므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의 글로 이야기하기로 하구요.


중요한 것은, 성모교회가 "부활"했다는 겁니다. 300년 전의 정신과 철학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폐허더미에서 건져낸 수천개의 벽돌을 애써 보관한 시민의 정성에 힘입어, 흑백사진까지 뒤지는 지독한 고집 끝에, 최대한 원래이 모습에 가깝게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성모교회 복원 후 3년간 7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지금도 성모교회는 인기 있는 관광지임은 물론이구요. 인기 있는 웨딩홀(독일인은 교회에서 결혼하는 게 일반적입니다)이기도 하기에 주말은 결혼식과 예배로 일정이 꽉 차 있어 관광객은 들어가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수백만명이 "부활"을 목격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열흘 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안타까운 사고를 보면서 몹시 충격적인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유럽인들은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미련하리만큼 오래 걸려도 그 결과는 분명히 보여주는 사람들이니까요. 첨탑까지 무너져버린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면서 저는 드레스덴 성모교회를 떠올렸습니다. 마찬가지의 안타까운 충격을 받으셨을 분들에게 드레스덴 성모교회의 사례를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