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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01. 레더호젠과 디른들

옥토버페스트 글을 올리는 김에 옥토버페스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전통의상도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축제 현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전통의상을 입고 즐기고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이 의상을 가리켜, 남자 옷은 레더호젠(Lederhosen), 여자 옷은 디른들(Dirndl)이라고 부릅니다.


엄밀히 말하면 뮌헨 또는 바이에른의 전통의상이라고만 하기는 어렵습니다. 알프스를 배후에 둔 독일어권 지역, 즉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특히 티롤), 그리고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 발달한 형태의 의상입니다.

원래 레더호젠과 디른들은 축제 의복이 아니라 노동복이었다고 합니다. 남성은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사냥꾼이 입었고, 여성은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이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두 가지가 핵심이죠. 활동성이 좋아야 하고, 튼튼해야 합니다.


얼핏 보기에 레더호젠은 딱딱한 가죽옷 같아서 불편해보이지만 신축성과 통기성이 굉장히 좋다고 해요. 물론 좋은 가죽으로 만들었을 때 이야기죠. 시중에서 저렴하게 파는 옷일수록 합성소재가 사용되어 착용감이 나쁘고 오래 못 입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레더호젠은 심지어 아들에게 물려줘도 될 정도로 오래 입는 옷이라고 해요.


스타일이 거의 유사한 레더호젠과 달리 디른들은 스타일이 천차만별입니다. 상의가 푹 파진 형태도 있고, 화려한 레이스나 꽃장식을 달기도 하며, 수수하게 입기도 합니다.


노동복이었던 레더호젠과 디른들이 이렇듯 일상의 영역으로 보급된 것은 193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옥토버페스트가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옥토버페스트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즐기는 게 유행이 되었대요. 그러다보니 축제 분위기에 맞게 더 화려한 장식을 달고 알록달록 꾸민 여러 형태의 디자인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레더호젠과 디른들이 보급된 독일 남부와 오스트리아 등을 다 통틀어, 역시 단연 첫손에 꼽히는 지역은 바이에른, 특히 뮌헨입니다. 뮌헨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축제 때만 입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즐겨 입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바이에른에서 한국에 온 관광청 담당자와 이야기할 일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행사장에서 레더호젠을 입고 있었어요. 말하기를, 뮌헨에서는 사무실에 출근할 때도 전통의상을 입기도 하고 은행원이 전통의상을 입고 앉아있기도 할 정도로, 그냥 일상에서 보이는 여러 옷 중 하나라고 합니다.


오늘 왜 청바지 입었냐고 물어볼 일이 없듯, 뮌헨에서는 누가 레더호젠이나 디른들을 입고 출근해도 왜 입었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는, 그런 일상의 문화라고 들었습니다.


다만, 레더호젠은 반바지가 기본이고, 디른들 역시 치마와 소매가 길지 않은, 봄부터 가을까지 입을 수 있는 의상입니다. 겨울에는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디른들에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있습니다. 풀세트로 갖춰입고 허리에 리본을 묶어 완성하는데, 이때 리본 매듭을 왼쪽에 두면 미혼, 오른쪽에 두면 기혼이라는 것입니다. (매듭이 왼쪽이라는 건, 정면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서는 오른쪽에 매듭이 있겠죠.)


전통적인 룰은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언제부턴가 이런 속설이 퍼졌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그 속설대로 매듭을 짓는 사람이 많다고 하네요.


앞선 글에서 정리했지만, 우리 여행자들도 전통의상을 빌려 입고 축제 분위기를 한껏 올려보는 게 재미는 있겠지만, 그렇게 렌탈하는 전통의상은 아무래도 품질이 떨어지는 옷일 테니(고급 의상을 막 돌려입지는 않을 테니까요) 착용감이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은 덧붙입니다. 눈으로만 즐기자고 추천하고 싶네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