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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02. 축제니까 메르첸비어

메르첸(Märzen). 독일어로 3월이라는 뜻입니다. 메르첸비어(Märzenbier). 3월의 맥주라는 뜻입니다. 3월에 양조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바이에른에서는 여름에 맥주양조를 금지했습니다. 상면발효식으로 맥주를 만들던 그 시절에는 열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름에 맥주를 만들다가 자칫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고 변질되거나 상할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봄에 대량으로 맥주를 양조한 뒤 저장하여 여름을 넘겼습니다보릿고개도 아니고. 냉장시설이 없던 그 시절 오래 저장해야 할 맥주였기에 알콜도수도 더 높게 만들었고, 홉을 많이 넣었습니다. 당시에는 홉이 맥주가 상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부제였다고 믿던 시절입니다.


이렇게 만든 맥주를 3월의 맥주, 즉 메르첸비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양조가 금지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면 다시 새 맥주를 만들었겠죠. 저장고에 쌓여있는 3월의 맥주는 다 먹어치워야 했습니다.


마침 가을에 큰 축제가 열리네요. 옥토버페스트입니다. 뮌헨에서 만들고 남은 메르첸비어는 모두 옥토버페스트에서 소비되었습니다.

그래서 메르첸비어는 곧 축제 맥주입니다. 페스트비어(Festbier)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제 사시사철 맥주를 만들어도 되는 세상입니다. 굳이 봄에 잔뜩 만들어 저장할 필요 없는, 말하자면 "3월의 맥주"는 사라져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옥토버페스트에서는 마치 메르첸비어처럼 홉을 더 많이 넣어 향이 강하고 도수도 더 높은 맥주를 판매합니다. 축제를 위해 일부러 만든 페스트비어입니다.

잘 아시듯이 옥토버페스트 현장에서 맥주는 1리터가 기본 사이즈입니다. 알콜도수가 5.5도 정도 되므로 평소 마시던 것보다 살짝 센 맥주입니다만 메르첸비어의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맥주의 풍미가 좋아요. 한국 맥주처럼 별다른 맛이나 향 없이 탄산만 강하면 1리터 마시기 힘들죠. 그러나 축제 맥주는 그 자체의 맛과 향이 있어 그 풍미를 즐기며 마십니다. 물배는 차겠지만 1리터 마시는 게 어렵지 않아요. 괜히 맥주를 일컬어 "마시는 빵"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프로스트(Prost)! 올해도 "10월의 축제(=옥토버페스트)"에서 "3월의 맥주(=메르첸비어)"와 함께 신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