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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17. 뜻밖에 음악의 도시, 함부르크

유럽에서 클래식 음악으로 유명한 도시, 특히 세계적인 음악가가 여럿 활동하며 찬란한 유산을 남긴 도시로 누구나 오스트리아 빈(Wien)을 첫 손에 꼽겠죠. 모차르트, 베토벤,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빈의 음악가는 어마어마하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흐, 멘델스존, 슈만, 헨델(근교의 할레) 등 역시 화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함부르크(Hamburg)는 어떤가요? 언뜻 음악과 매치되지 않습니다. 함부르크에 대해 좀 깊이 여행한 분들이라면 브람스의 고향이 함부르크라는 것까지는 알 수도 있겠지만, 거기까지입니다.

함부르크에 있는 브람스 박물관(Brahms Museum)입니다. 브람스는 함부르크에서 태어났고, 함부르크의 유명 관광지이기도 한 성 미하엘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며, 10대 초반일 때부터 연주자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훗날 브람스도 빈으로 이주하여 명성을 크게 떨치고 빈에서 사망했지만, 함부르크에서 그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했을 때 매우 기뻐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브람스의 생가는 파괴되고 남아있지 않지만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의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습니다. 빈에 모차르트, 베토벤, 슈트라우스 등 수많은 음악가의 기념관이 있지만 브람스만큼은 기념관이 없어요(하이든 기념관의 방 하나를 빌려 브람스와 관련된 전시물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브람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단연 함부르크의 브람스 박물관이 첫 손에 꼽힐만합니다.

함부르크는 브람스 박물관에 착안하여 오랜 준비 끝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성하였습니다. 브람스 박물관과 바로 주변 지역에 음악 기념관을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콤포니스텐크바르티어(Komponistenquartier), 직역하면 "작곡가 지구"라는 뜻이며 이니셜로 KQ라 부릅니다.


작곡가 지구는 브람스 외에도 함부르크와 인연이 있는 음악가의 기념관을 한 데 모은 프로젝트입니다. 브람스 박물관을 포함하여 총 여섯 개의 기념관으로 구성됩니다. 구스타프 말러 박물관(Gustav Mahler Museum), 멘델스존 박물관(Fanny & Felix Mendelssohn Museum; 우리가 잘 아는 음악가인 펠릭스 멘델스존과 그의 누이인 파니 멘델스존)은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들어보았을 거장을 기념합니다. 그 외에 텔레만 박물관(Teleman Museum), 바흐 박물관(Carl Philipp Emanuel Bach Museum; 우리가 잘 아는 음악가 바흐의 아들이며 활동 당시에는 아버지보다 더 유명했음), 하세 박물관(Johann Adolf Hasse Museum)까지가 작곡가 지구를 이룹니다.

원래 작곡가 지구가 위치한 지역에는 1971년 개관한 브람스 박물관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1년 바로 근처에 텔레만 박물관이 문을 열었고, 이때부터 작곡가 지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015년에 하세 박물관과 바흐 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작곡가 지구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고, 2018년 마침내 말러 박물관과 멘델스존 박물관까지 개관하며 작곡가 지구가 완성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있던 브람스 박물관과 텔레만 박물관은 독립된 건물에, 나머지 네 곳은 하나의 건물(여러 채가 연결됨)에 있습니다. 티켓은 다 통합되어 한 장의 티켓(9유로)으로 여섯 곳 모두 입장 가능합니다. 모든 박물관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있으므로 사실상 하나의 박물관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브람스, 말러, 멘델스존, 텔레만, 바흐(주니어) 등이 활동한 도시. 이쯤되면 함부르크도 "음악의 도시"로 이름을 올려도 어색하지는 않겠죠. 잘 몰랐던 뜻밖의 발견으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작곡가 지구는 브람스 박물관에 곁들여 <프렌즈 독일>의 개정판(19-20)에 수록되었습니다. 2018년에 완성된 따끈따끈한 새 명소도 국내 최초로 반영하였습니다. 개정판의 특성상 틀이 바뀌면 안 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변화가 적어보이지만, 이처럼 새로운 장소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여러분에게 따끈따끈한 독일여행 정보를 제공해드리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다만, 틀을 바꾸면 안 되기 때문에 내용을 충분히 넣기가 어려워요. 책에 간략히 언급한 것이 아쉬워 따로 자세히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포털 사이트에 함부르크 작곡가지구 또는 KQ를 검색해봤는데 나오는 게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운 정보들도 <프렌즈 독일>에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고 수줍게 자랑합니다. (사실 저는 여행정보를 찾을 때 국내의 미디어나 블로그는 전혀 참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