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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25.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비텐베르크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습니다. 독일에서 정말 엄청나게 성대한 행사가 열렸고, 이 행사를 위해 각지의 순례지가 새단장을 마쳤습니다. 종교개혁이 촉발된 도시인 비텐베르크(Lutherstadt Wittenberg)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종교개혁 500주년 성지순례 가이드북 <루터의 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관련 여행지를 취재하고 다닐 때 비텐베르크는 아직 미완성이었습니다. 아직 공사 현장도 눈에 띄었고 정비가 덜 된 모습이었죠.

작년 이맘때 "비텐베르크를 다시 방문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종교개혁 기념일인 10월 31일 비텐베르크를 방문했습니다. 딱 1년이 지난 지금, 그 때 스케치한 모습들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비텐베르크에서 기차를 내리면서부터 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새단장한 중앙역이 깔끔하게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중앙역에서 구시가지까지 걸어가는 길이 생겼어요. 기존에는 이정표가 없는 차길 주변으로 걸어가야 했는데 이제 너무 편하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그냥 곧장 가면 비텐베르크 구시가지로 연결됩니다. 구시가지가 시작되자마자 루터의 나무(Luthereiche)가 나오면서 이제 성지가 시작됨을 알리죠. 그런데 여기에도 하나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루터의 나무 맞은편 언덕 위에 이런 구조물이 생겼습니다. 이건 층층이 입체적으로 설계된 전망대 겸 산책로입니다. 옛 성문이 있었던 언덕 위에서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하였습니다. 이 언덕의 이름이 붕커베르크(Bunkerberg), 직역하면 "벙커 산"이라는 뜻이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만든 방공호가 이 아래에 있다고 합니다.


이제 시가지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존부터 존재했던 비텐베르크의 그 모습이 펼쳐집니다. 마침 이 날 축제를 하고 있었어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정겨운 민속축제였습니다. 먹을 것, 마실 것, 기념품 등을 파는 매점이 설치되고, 손으로 돌리는 대관람차 등 아날로그적인 놀이시설과 공연이 열리는 간이무대도 설치되었습니다.


종교개혁 기념일인 10월 31일마다 열리는 축제이고요. 이름도 종교개혁 축제(Reformationsfest)라고 부릅니다. 소시지와 맥주 등 먹고 마실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가지의 반대편 끝까지 가니 공사 중이었던 비텐베르크 궁전(Schloss Wittenberg)도 완공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의 성지인 슐로스 교회(Schlosskirche)가 바로 이 궁전에 딸린 교회였는데, 궁전(성)은 무너지고 교회만 남은 상태였거든요. 다시 궁전도 옛 모습으로 복원을 마쳤습니다.


그래서 이제 출입문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출입문은 예배를 위한 입장에만 사용하고, 안뜰로 들어와 교회와 궁전의 공동 출입문으로 들어갑니다. 단, 이 날은 종교개혁 기념 예배가 진행되어 관광객의 입장은 제한되었기에 슐로스 교회 내부의 변화는 직접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폐쇄되었던 슐로스 교회 첨탑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계단을 열심히 올라가면 탑 위에서 주변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출입구와 매표소는 탑 바로 아래에 따로 있습니다.

여러 변화가 눈에 띄지만, 어쨌든 도시의 분위기는 똑같습니다. 여전히 루터의 흔적이 곳곳에 남은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소도시 비텐베르크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