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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35. 베를린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본 것

이번 겨울에 독일에 다녀왔습니다. 시즌이 시즌인만큼 가는 곳마다 크리스마스마켓이 한창이었는데요. 지금은 크리스마스마켓 시즌이 끝났으니 이번에 취재한 크리스마스마켓은 올해 말에 방출하게 될 것 같고요. 그것과 별개로 제가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본 하나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베를린 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 앞 광장입니다. 축제 분위기를 해치는(?) 이 우악스러운 설치물은 무엇일까요?


기억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카이저빌헬름기념교회 앞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몇년 전 차량돌진 테러가 일어나 여러명이 죽고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테러는 아무리 경계를 강화해도 막기 힘들어요. 차도에서 갑자기 트럭이 뛰어드는데 무슨 수로 막아요.


그런데 막는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예 마켓이 열리는 광장을 둘러싸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틈만 열어두었습니다. 사진상에는 안 보이지만 광장을 둘러싸고 튼튼한(그러나 보기에는 흉한) 바리케이트를 설치했습니다. 차량이 돌진해도 광장에 들어올 수 없게 해두었습니다.


이건 베를린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드레스덴도, 뮌헨도, 뉘른베르크도, 가는 곳마다 이런 식으로 보안을 강화해두었습니다. 따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경찰트럭으로 길을 막고 사람 지나갈만큼의 틈만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모든 테러를 100%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막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미친 X가 트럭을 몰고 자폭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것도 최대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는다"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는요. 쉽게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뭔가를 해야 한다는 당위가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게 변화를 줍니다. "어쩔 수 없잖아"라는 합리화 뒤에 숨지 않습니다. 그게 국가가 할 일이고 정부가 할 일이니까요.


독일이 100% 안전하다고 장담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99%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나라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저는 독일여행을 열심히 이야기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