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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37. 뮌헨 VS 베를린, 맥주가 이렇게 다르다.

독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몇 가지 콘텐츠 중 맥주가 가장 앞에 서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일 맥주 유명하죠. 그런데 독일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워낙 지역마다 고유의 색깔이 강해 문화가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독일 맥주"라는 걸 딱 정의할 수 없습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니까요.


우리가 흔히 "독일 맥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바이에른의 맥주를 이야기합니다. 바이에른의 주도가 뮌헨이죠. 그래서 독일 맥주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건 뮌헨의 맥주입니다. 뮌헨 하면 옥토버페스트로 대표되는 고유의 전통적인 맥주 문화가 존재하는데요. 그와 동일한 문화가 바이에른 곳곳에 존재합니다.


반면,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전혀 반대입니다. 전통보다는 현대의 트렌드가 앞섭니다. 베를린의 전통 맥주가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독일 내에서도 독창적인 전통 맥주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경쟁력을 갖는 게 현대적인 맥주 문화입니다. 즉, 뮌헨과 베를린은 완전히 극과 극이에요. 단순히 "독일 맥주"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는 거죠.


이번 겨울에 가이드북 개정을 위해 독일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바이에른과 베를린을 취재할 때 리스트 가장 윗줄에 올려놓은 게 맥주입니다. 작가 개인의 취향과 무관하게 이것은 꼭 직접 경험한 뒤 알려야겠노라 첫 줄에 적어놓은 게 맥주였습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뮌헨에서 취재 리스트 첫 줄에 올린 건 안덱서 암 돔(Andechser am Dom)이라는 비어홀입니다. 사실 여기는 <뮌헨 홀리데이>에 소개한 곳인데 그 사이에 건물 공사로 인해 레스토랑이 이전했어요. 그걸 보려고 간 곳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맥주 자체를 취재하려는 목적도 강했습니다.


아마 맥주 마니아 중에도 안덱서라는 맥주를 들어본 분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뮌헨 근교의 안덱스 수도원(Kloster Andechs)에서 만드는 맥주인데요. 호프브로이, 아우구스티너, 파울라너 등 소위 "뮌헨 6대 맥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맛과 인기를 자랑합니다. 이런 곳은 관광객은 적어도 현지인이 특히 붐비기도 하고요. 당연히 맛이 우수하니 인기가 높은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낯선 맥주가 무려 1455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게 됩니다. 관광객에게 유명하지 않은, 로컬 맥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700년 역사를 가졌습니다. 뮌헨과 바이에른 맥주가 이런 식이에요. 100년 200년은 명함도 못 내밉니다. 1천년에 육박하는 역사를 가진 바이엔슈테파너 맥주도 바이에른(뮌헨 근교) 맥주이고요. 다들 엄청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그에 상응하는 안정감 있는 깊은 맛을 자랑합니다.


맥주라는 게 참 단순한 술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맛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적어도 "보리(또는 밀)로 만든 술"이라는 그 이름에 비추어보면 가장 기본기에 완벽한 곳이 바이에른입니다. 그래서 뮌헨에서는 유명하든 낯설든 최소 수백년 역사를 가진 맥주를 발견하며 그 맛의 깊이에 빠져들게 됩니다.

베를린에서 취재 리스트 첫 줄에 올린 곳은 홉스 앤 베얼리(Hops and Barley)라는 작은 펍입니다. 직역하면 "홉과 보리", 그러니까 맥주의 기본 원료죠. 요즘 베를린에서 수제 맥주로 명성이 높은 곳입니다. 인기는 많지만 아담한 펍이어서 자리 잡기 힘든 곳인데,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을 것 같은 시간에 맞춰 찾아갔으나 바(bar) 자리 하나 간신히 잡아서 마실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은요. 요즘 수제 맥주가 대유행입니다. 꼭 독일 전통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아요. 영국의 에일 맥주, 벨기에의 람빅 맥주 등 독일 전통 스타일과는 상극인 맥주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다양한 맛을 창조합니다. 물론 독일 전통 스타일도 존재하고, 이런 상극의 스타일이 한 비어홀에서 공존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그 역사를 찾아보면 개점한 지 몇년 안 된 곳이 많습니다. 최소 수백년인 뮌헨과는 완전히 다르죠. 그러나 맥주 맛의 스펙트럼은 바이에른을 진작에 넘어섰고 온 세계의 모든 맛을 다 섭렵하겠다는 의지까지 느껴집니다. 베를린은 그런 도시니까요.


그래서 베를린은 모든 맥주 애호가의 입맛을 존중합니다. 에일이 좋아요? 람빅이 좋아요? 바이첸이 좋아요? 라거가 좋아요? 베를린에 전부 다 있습니다. 그것도 개개인의 개성과 노력으로 완성된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확인시켜줍니다.

이처럼 베를린과 뮌헨은 같은 독일이라고 하기에 어색할만큼 완전히 문화가 달라요. 독일 하면 맥주라고 했는데, 그 맥주조차도 즐기는 방식과 문화가 극과 극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독일을 여행하며 차곡차곡 쌓아둔 경험을 가지고 그 차이를 발견하는 중입니다.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남다른 베를린 vs 뮌헨"이라는 타이틀로 오프라인에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야기를 꺼낸 김에 하나 더 할게요. 뮌헨에서는 안덱서 암 돔이 취재 리스트 첫 줄이었는데, 그 외에 바이에른에서도 여러 도시를 취재했거든요.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 역시 맥줏집이었습니다.

레겐스부르크의 벨텐스부르거 암 돔(Weltensburger am Dom)이라는 곳입니다. 처음 들어본 분도 많을 텐데요. 여기서 판매하는 벨텐스부르거 맥주는 그 역사가 무려 105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바이엔슈타페너 맥주와 딱 10년 차이입니다. 그야말로 맥주계의 살아있는 조상님인데요.


사실 제가 가장 가보고 싶은 건 레겐스부르크 인근에 있는 이 맥주를 만드는 벨텐스부르크 수도원(Kloster Weltensburg)입니다만 겨울이어서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갈 수 없었고, 대신 레겐스부르크 시내의 비어홀에 가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스트바이에른(Ostbayern; 레겐스부르크가 위치한 지역) 관광청 직원과 만났는데요. 제가 벨텐스부르거 맥주 이야기를 했더니 이 분은 "레겐스부르크 시민이 사랑하는 맥주는 따로 있다"며 제가 아예 몰랐던 곳으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독일에서 마신 맥주들 중 최상급이라 해도 될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그건 올해 나올 예정인 <프렌즈 독일> 완전개정판에서 알려드릴 겁니다.


이처럼 바이에른에서는 처음 들어본 곳도 역사가 어마어마하고, 이런 맥주를 줄줄이 접한 저도 난생 처음 들어본 맥주마저 환상적인 맛을 냅니다. 독일 맥주, 더 정확히 이야기하여 바이에른 맥주의 클래스가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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