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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39. 독일 플릭스트레인 탑승기

이제 유럽여행 준비하는 분들이 플릭스버스(FlixBus)는 다 들어보았을 겁니다. 순식간에 유럽 버스시장을 삼켜버린 공룡이죠. 정작 회사는 운송업체가 아니라 보유버스 1대도 없는 IT 회사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공룡이 된 플릭스버스는 기차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플릭스트레인(FlixTrain)이라는 게 등장했다고 오래 전에 이 시리즈를 통해 소개해드린바 있습니다.

저 역시 플릭스트레인이 궁금했고, 오랫동안 취재 리스트에 올라있던 것을 지난 겨울 독일 취재 중 해결했습니다. 직접 이용해본 플릭스트레인 탑승기입니다.

플릭스버스와 같은 녹색으로 도장된 플릭스트레인입니다. 현재 운행중인 노선은 크게 세 가지. 베를린~슈투트가르트, 베를린~쾰른, 함부르크~쾰른입니다. 그 사이에 프랑크푸르트, 하노버,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 볼프스부르크 등 여러 도시를 지나가게 됩니다.


독일철도청에 속하지 않는만큼 독일철도청에서 티켓 구입이 불가능하고 독일철도패스도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플릭스트레인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티켓만 유효하며, 플릭스버스와 플릭스트레인 사이트는 사실상 통합되어 있으며 인터페이스도 같습니다.


플릭스트레인은 독일철도청 기준으로는 IC급에 해당하는 열차를 운행합니다. ICE보다는 느리지만 레기오날반(RE 등)보다는 빠르고, 큰 도시 위주로 정차하니 속도를 낼 수 있어 소요시간은 ICE보다 크게 뒤쳐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요금은 ICE보다 저렴하죠. 최저 9.9유로부터 시작하는 파격적인 할인운임이 있고, 당일에 구매해도 독일철도청 기차보다 크게 저렴합니다. 만약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에 갈 때 당일에 ICE 티켓을 구매하려면 엄청난 요금의 압박을 받지만 플릭스트레인은 압박 없이 구매할 정도의 운임은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입석이 허용되므로 매진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면 되니까 당일에 구매해도 반드시 발권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피치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당일에 구매할 일은 없겠죠. 일찍 구매하여 할인운임을 노리는 게 적절하겠습니다.

플릭스트레인은 오로지 2등석만 존재하고요. 대신 객차를 아예 예약칸과 비예약칸으로 나눠버렸습니다. 자기 자리를 확보하고 싶은 승객은 추가금을 내고 좌석을 예약하면 됩니다. 이건 독일철도청과 같은 방식이죠. 그런데 플릭스트레인은 아예 객차까지 나눠버려서 예약칸에는 온전히 예약 승객만 탑승합니다. 그러니 훨씬 여유롭겠죠. 주변에 서서 가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반대로 비예약칸은 미어터지겠죠. 예약하지 않을 경우 서서 갈 확률은 높습니다.


기차는 어떨까요? 제가 딱 두 번 타보아서 전체를 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으나, 두 번 모두 구형 IC 열차와 같은 객차였습니다. 시스템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아마 모든 노선이 대개 비슷한 컨디션일 거라고 추측합니다.

이게 구형 IC입니다. 중앙 통로 양편에 길게 좌석이 있는 일반적인 기차가 아니라 방처럼 생긴 좁은 칸으로 구성됩니다. 몇년 전까지 이런 열차가 IC 노선에 투입되었는데, 최근 들어 구형 ICE 열차가 IC 노선에 투입되는 추세입니다. 즉, 이런 구형 IC 열차는 이제 퇴역할 신세라는 듯이죠.

이게 플릭스트레인 내부입니다. 구형 IC와 똑같습니다. 제 추측은 이러합니다. 아마 독일철도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낡은 구형 열차를 중고로 팔거나 리스 임대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플릭스트레인은 열차에 투자할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일종의 윈윈 전략이라고 봅니다.


이런 관계가 익숙하죠. 바로 메이저 항공사(FSC)와 저가항공사(LCC)의 관계와 같습니다. 마치 저가항공사가 오래 된 항공기를 매입 또는 임대해 저렴한 가격이 운항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참고로 위 사진을 보면 창문 쪽에 접이식 좌석이 있죠. 자리가 없으면 저기에 앉아도 되지만(교통약자석이 아님)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일어서서 비켜줘야 합니다. 그래서 비예약칸은 정말 복잡하니 장거리 이동 시에는 예약칸을 권장합니다.


낡은 열차라고는 하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 저렴한 요금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플릭스트레인을 적극 고려해보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이동이 싫다면 위 내용을 참조하여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딱 저가항공과 같은 개념이라 생각하면 그 판단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객차 내에서 와이파이는 제공되지만 이동 중 수시로 끊깁니다. 독일철도청과 마찬가지로 출발 후 차장이 와서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면 온라인티켓 또는 모바일티켓을 제시합니다. 객차 어딘가에 간단한 음료와 스낵을 파는 자판기도 있습니다. 물론 화장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