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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53.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독일의 여류 예술가 케테 콜비츠(Käthe Schmidt Kollwitz; 1867~1945)는 노동자, 빈민, 상처입은 사람 등을 표현하는 회화, 판화, 조각을 여럿 남겼습니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하면 누구나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Mutter mit totem Sohn)"를 먼저 거론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보려면 베를린(Berlin)의 노이에 바헤(Neue Wache)로 갑니다. 노이에 바헤는 옛 위병소 건물로 지어졌으며 전후 기념관으로 사용되는 곳입니다. 동독에서 먼저 전몰장병을 기리는 추모관으로 활용하던 것을 통일 후 전쟁 희생자 전체를 기리는 기념관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때 기념관 내에 설치한 단 하나의 작품이 바로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입니다.

기념관 내에 덩그러니 조각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죽은 아들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 그 죽은 사람의 유가족 등 모두를 파괴한 전쟁의 참상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머리 위 천장에 구멍이 있죠. 비가 오면 그대로 비를 맞습니다.마치 슬픔을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정서를 표현하는 듯합니다.


특히 이 작품이 의미심장한 것은, 케테 콜비츠가 바로 전쟁 유가족이라는 점입니다. 그녀의 아들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사망했습니다. 전쟁 때문에 실제로 아들을 잃은 케테 콜비츠의 슬픔이 이 작품에 반영되어 모든 전쟁 피해자의 슬픔을 대변합니다.

기념관은 무료로 개방됩니다. 또한 이렇게 자유롭게 전후좌우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그 슬픔의 정서를 공유하면서 전쟁이라는 게 다시는 없어야 할 비극임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네요.


참고로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는 피에타(Pieta; 십자가에 달린 예수그리스도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성모마리아의 슬픔을 표현한 종교예술)의 형식을 빌려 전쟁을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노이에 바헤에 이 작품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논란이 있었다고 해요. 피에타라는 장르 자체가 신약성서를 기본으로 한 종교예술인데, 신약성서를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에게는 피에타를 빌려 추모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아무튼 전쟁 피해자의 상당수가 유대인이므로 유대인의 정서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을 테죠.

그래도 결국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가 노이에 바헤에 설치되었고, 그 대신 유대인을 추모하는 별도의 기념비를 베를린에 제작했으니 이것이 홀로코스트 추모비(Holocaust-Mahnmal)입니다.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원본은 쾰른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원본은 자그마해요. 그걸 실제 사람 크기로 확대하여 다시 제작한 뒤 노이에 바헤에 설치하였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