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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56. 드레스덴이 '독일의 피렌체'인 이유

독일 드레스덴(Dresden)의 별명이 "독일의 피렌체"입니다. 정확한 별명은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했었고요. 이 별명이 붙을 당시에는 독일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독일의 피렌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었죠. 후대에 와서 자연스럽게 "독일의 피렌체"로 바꾸어 부르고 있습니다.


아시듯이 피렌체(플로렌스)는 이탈리아의 도시입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두 도시가 딱히 겹치는 건 없어요. 그러면 왜 드레스덴을 피렌체에 비유하여 부를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첫번째 이유. 피렌체 하면 도시의 지붕들 위로 툭 튀어나온 두오모의 대형 돔이 유명하죠. 드레스덴 역시 아름다운 시가지 위로 거대한 돔이 툭 튀어나와 도시의 풍경에 일조합니다. 이 돔(사진 우측)은 성모교회(Frauenkirche)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르네상스입니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도시죠.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본거지로 르네상스가 꽃피운 곳입니다. 드레스덴의 시가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피렌체의 전성기보다 100~200년 뒤의 일입니다. 그리고 굳이 따지면 바로크 양식이 더 많이 보이기는 해요. 그런데 이 모든 시가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레지덴츠 궁전(Residenzschloss)은 독일 전체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에 들 아름다운 르네상스 양식을 보여주고요. 이 궁전에 거주한 작센 선제후가 "돈을 쳐발라(?)" 학문과 예술을 육성하며 눈부신 성과를 낸 것 또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도 르네상스입니다.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의 유산으로 만든 우피치 미술관이라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있습니다. 드레스덴 역시 왕실이 소유한 방대한 예술품을 여러 미술관에 나누어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옛 거장의 회화관(Gemäldegalerie Alte Meister)은 이탈리안 르네상스 명화가 잔뜩 소장되어 있어 피렌체와 교집합을 가집니다.

옛 거장의 회화관이 위치한 곳은 츠빙어(Zwinger) 궁전인데요. 피렌체도 큰 궁전을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있죠. 드레스덴 역시 시가지 곳곳에 남아있는 크고 작은 궁전이 양질의 미술관 또는 박물관으로 활용됩니다.


드레스덴을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부른 사람이 독일의 신학자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였다고 합니다. 그는 드레스덴에서 멀지 않은 바이마르(Weimar)에서 활동한 성직자이자 사상가입니다. 그가 드레스덴을 보았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이 르네상스 정신과 예술이었던 모양이에요. 여기에 큰 돔까지 툭 튀어나와 있으니 피렌체가 오버랩되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피렌체가 철저히 상인의 도시였다면 드레스덴은 군주의 도시였다는 결정적인 차이는 있습니다만, 부유한 상인이든 군주든 그들이 가진 돈과 권력을 쏟아부어 찬란한 도시를 만들었으니 드레스덴을 일컬어 "독일의 피렌체"라 부르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별명인 것 같습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