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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61. 독일 국기, 노란색이 아니라 금색입니다.

시시한 질문. 독일 국기는 무슨 색일까요? 검정색-빨간색-금색입니다. 검빨금이라고 하죠. 이 블로그에도 도처에 디자인 코드로 응용되어 있는 삼색입니다.


그런데 보는 사람에 따라 검정색-빨간색-노란색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그게 더 정확해요. 독일국기에 들어가는 금색을 독일에서 만든 색상분류표에서 찾으면 유채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채꽃이 노랗다고 생각하는 분은 있어도 금색이라 생각하는 분은 드물 겁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국기를 검-빨-노라고 하면 안 됩니다. 불법입니다.

만약 태극기의 태극 문양을 오렌지색-하늘색이라고 우긴다 칩시다. 비난 받고 욕먹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이라고 하면 너무하죠. 그런데 독일은 국기 색상을 법으로 다룹니다. 노란색에 가깝지만 노란색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오늘날 검빨금 삼색기는 1848년 독일혁명 당시 등장하였고, 그 이전 독일통일과 공화국 수립을 요구하는 학생운동에 등장한 색상을 모아 만든 깃발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국기로 채택된 것은 1919년 바이마르 공화국 출범부터이고요. 1933년 나치가 집권하면서 사라졌다가 2차대전 후 서독과 동독의 국기로 다시 돌아왔다가(동독 국기는 검빨금 바탕 위에 문장을 삽입) 독일통일 후 지금의 국기로 계속 사용되는 중입니다.


바이마르 공화국 출범 이전에 독일제국이 존재했었죠. 독일제국의 국기는 검정-하양-빨강 삼색기였습니다.

독일제국은 프로이센 왕국의 주도로 출범한 통일국가입니다. 프로이센의 국기가 검정과 하양이었고요. 19세기 당시 국가의 상징을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장소가 배(상선,여객선)였는데, 독일은 해상무역의 토대를 닦은 한자동맹의 상징색인 붉은색 깃발을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프로이센의 색깔과 한자동맹의 색깔을 합쳐 검정-하양-빨강이 되었습니다.


나치가 집권한 후 검빨금 삼색기를 폐지하고 다시 독일제국의 검흰빨 삼색기를 부활하였습니다. 이후 하켄크로이츠 깃발에도 이 삼색이 사용되죠. 붉은 바탕, 흰 원, 검정 꺾인십자가로 구성되니까요.


바이마르 공화국 출범 후 검빨금 삼색기가 공식 국기로 처음 지정된 이후의 일입니다. 좌파 사회주의 공화국인 바이마르 공화국이 못마땅한 독일의 보수파, 왕당파, 극우파는 바이마르 공화국을 조롱하고 폄하하고자 "노랭이"라고 놀렸습니다. 위에서 보시듯 두 국기 사이의 차이나는 색상이 노란색이기 때문에 그 노란색을 가져온 이들을 "노랭이"라고 비하하며 공격한 것입니다. 나중에는 그 노란색 자체가 공격의 대상이 되어 겨자색으로, 나아가 똥색으로 조롱하기에 이릅니다. 나중에 나치가 집권한 뒤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독일제국 국기가 복원된 것이고요.


즉, 국기의 색깔을 노란색이라고 부르는 것은 독일의 민주공화 정신을 폄하하는 극우적 언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 하여 법으로 금지하고, 대신 보다 고결한 이미지를 주는 금색이라고 명칭을 정해놓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독일에 극우가 있고 네오나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하켄크로이츠를 들고 나오면 그건 불법으로 처벌받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데모할 때 들고 나오는 깃발이 독일제국의 국기입니다. 이건 불법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걸 들고 나온다는 자체가 검빨금이 증언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폄하하고 독일이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을 정복하던 시절을 추억하는 상징을 지닙니다.

국기의 색깔 하나에도 역사적인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민주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며 극우의 도발을 억제하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독일은 알면 알수록 참 생각할 거리가 많은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