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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62.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주요 그림

베를린 장벽에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을 그려넣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갈수록 주변이 훼손되고 그림도 훼손되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베를린 여행 중 안 가기는 아쉬운 그런 곳입니다.

어쨌든 "세계 최대 야외 갤러리"라는 말을 듣는 곳, 주인공은 그림이니까 여기서 볼 수 있는 주요 그림의 작품명과 화가를 한 번 정리해봅니다.

누구나 이 그림을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을 것 같아요. 러시아 화가 드미트리 브루벨(Dmitri Vrubel)의 "신이시여,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 구원하소서(Mein Gott hilf mir, diese tödliche Liebe zu überleben)"입니다. "형제의 키스"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것 같고요. 화가가 창작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일어난 일을 그림으로 옮긴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림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모든 것이 열렸다(Alles Offen)"라는 제목의 그림이며, 로제마리 쉰츨러(Rosemarie Schinzler)의 작품입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브란덴부르크문을 함께 여는 장면으로 통일을 은유합니다.

이 작품도 유명한데요. 비어기트 킨더(Birgit Kinder)의 "테스트 더 레스트(Test the Rest)"입니다. 작품 속 자동차는 동독의 인기 모델은 트라반트입니다. 동독에서 장벽을 뚫고 나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란계 독일인 화가 카니 알라비(Kani Alavi)의 "11월에 벌어진 일(Es geschah im November)"입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가 11월이었죠. 장벽을 열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보고 있노라면 "얼쑤" 하는 추임새를 넣을 수밖에 없게 하는 "댄싱 투 프리덤(Dancing to Freedom)"은 인도의 예술인 졸리 쿤자푸(Jolly Kunjappu)의 작품입니다. 그림도 그리고 음악도 하는 철학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사람입니다.

만화 한 토막을 보는듯한 그림체가 눈에 확 띄죠. 독일의 팝아티스트 짐 아비뇽(Jim Avignon)의 "Doin It Cool For The East Side"라는 작품입니다.

"이력서(Curriculum Vitae)"라는 작품은 숫자에서 감을 잡을 수 있죠. 베를린 장벽이 설치된 1961부터 장벽이 붕괴된 1989년까지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각 연도마다 그려진 장미의 숫자가 그 해에 베를린 장벽을 탈출하다 사망한 사람의 수라고 합니다. 수잔 쿤자푸-옐리네크(Susanne Kunjappu-Jellinek)의 작품인데, 위에 언급된 졸리 쿤자푸와 가족(부부?) 관계인 것 같아요.

슬로바키아 화가 안드레이 스몰락(Andrej Smolák)의 작품입니다. 어딘가에 갇힌 사람이 V 표시를 하고 있는 위트가 인상적입니다. 작품 제목은 없습니다. (무제)

이 그림은 얼핏 봤을 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좋아서 따로 소개하는데요. 헝가리 화가 샨도르 라츠몰나르(Sándor Rácmolnar)의 "새로운 프로메테우스를 기다리며(Waiting For A New Prometheus)"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글씨는 흡사 화가가 서명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낙서입니다.

일본풍 그림이 하나 있어 눈길을 끌 거에요. 일본 화가가 그린 건 아닙니다. 동독 출신의 토마스 클링엔슈타인(Thomas Klingenstein)의 "일본 지역으로 우회(Umleitung in den japanischen Sektor)"라는 작품입니다. 동독에서는 제3세계를 연구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았다고 해요. 화가는 평소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때문에 동독에서 탄압을 받다가 추방되었고, 일본으로 이주하였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동독 사람들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던 아시아로 가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대강 눈에 띄었던 작품 10개를 골라서 화가와 작품명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워낙 낙서로 인한 훼손이 심해서 가끔 작품이 교체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다음에 갔을 때에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