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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65. 독일의 김치, 자우어크라우트

이번 글은 먹을 것이 주인공입니다. 일단 사진을 먼저 보여드립니다.

소시지가 주인공은 아니고요. 그 밑에 깔린 녀석이 이번 글의 주제입니다.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영어식으로 사워크라우트라고 적기도 하는데, 직역하면 '신 양배추'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독일식 김치'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맵지 않다뿐이지 김치와 본질이 비슷해요. 양배추를 소금에 절인 뒤 발효시킨 '저장음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산균이 풍부히 생성되는 것도 똑같습니다. 꼭 독일음식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독일에서 가장 즐겨먹는 토속음식임은 분명하고요. 그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몽골 또는 중국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김치도 한자어 침채(沈菜)를 어원으로 한다고 하죠. 김치 자체는 한국에서 자생한 음식으로 볼 수 있으나 채소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스타일은 고대부터 중국 농경사회의 흔한 레파토리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습관이 유럽까지 전해져 자우어크라우트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 자우어크라우트는 콜슬로우 샐러드처럼 아삭아삭한 양배추 식감이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식당에서 요리와 곁들일 때에는 자우어크라우트를 한 번 더 조리하여 제공하므로 이처럼 흐물거리는 모습을 갖게 됩니다. 김치도 한 번 열을 가하면 부드러운 신 맛이 강해지죠. 마찬가지로 자우어크라우트도 이렇게 조리하면 비슷한 맛을 내 흡사 맵지 않은 김치를 먹는 기분이 듭니다.


여담이지만, 김치를 구하기 어려운 한국인 유학생은 자우어크라우트를 사서 고춧가루 풀고 돼지고기나 참치 통조림, 두부 등을 넣고 찌개를 끓이는데, 그러면 얼추 김치찌개 비슷한 맛이 납니다. 특히 한국식당이나 아시아마트가 없는 작은 도시의 유학생들에게는 거의 필수적인 레시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시지(부어스트), 학세 등 무엇을 주문하든 향토요리에 꼭 자우어크라우트가 딸려 나옵니다. 간혹 적양배추로 만들어 짙은 보랏빛으로 물든 자우어크라우트가 나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김치와는 맛의 결이 다르다고 느껴지더군요. 위 사진처럼 노란 빛을 띄는 자우어크라우트가 '독일식 김치'입니다.


아마 최근 뉴스를 통해 "양배추가 코로나 치사율을 낮춘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유럽에서 각 나라별로 비교해보았더니 유독 코로나 치사율이 낮은 나라가 양배추(또는 오이)를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마치 사스 파동 당시 한국인이 유독 사스에 강해 "김치가 사스 예방에 도움된다"는 말을 하던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그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독일은 양배추를 많이 먹는 나라로 분류되고, 그 이유가 바로 이 자우어크라우트의 존재 때문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어느정도인고 하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적국인 미국에서는 독일인을 가리켜 '크라우트(Kraut)'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인도인을 카레, 중국인을 짜장, 이런 식으로 별명처럼 비하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딱 100년 전 미국인들이 그렇게 놀았습니다. 독일인을 '양배추'라고 비하했을 정도니 독일인이 얼마나 양배추를 많이 먹는 사람처럼 보였던 것인지 증명 됩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