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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73. 독일 브레멘과 라트비아 리가

<브레멘 음악대>는 모두가 들어보았을 겁니다.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 네 마리의 동물이 브레멘으로 찾아가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 형제의 동화죠. <브레멘 음악대>의 실제 무대는 독일 브레멘입니다. (물론 작중에서 동물들은 브레멘까지 가지 않았습니다만.)

브레멘 시청사 옆에 설치된 브레멘 음악대 동상은 도시의 마스코트나 마찬가지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당나귀의 앞다리와 코를 어루만지며 소원을 비는 곳입니다. 그런데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 브레멘 말고 다른 곳에서 또 발견됩니다.

바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īga)입니다. 동물들의 얼굴이 폭삭 늙었죠. 마치 브레멘에서 전성기를 보낸 동물들이 말년에 리가까지 힘들게 찾아왔음직한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습니다.


브레멘 음악대가 리가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으로는 브레멘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 리가에 선물을 준 것입니다. 브레멘 출신의 예술가 크리스타 바움게르텔(Christa Baumgärtel)이 1990년에 만들었습니다. 라트비아가 소련에게서 독립한 직후입니다.


이 작품에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네 마리 동물이 들여다보고 있는 건 강도가 사는 집의 창문이 아니라 "철의 장막"입니다. 소련과 그 영향을 받는 동구권 국가를 지칭하는 표현이죠. 서구에 사는 네 마리 동물들이 철의 장막 너머를 바라보며 동구권의 민주화와 자유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또한 브레멘과 리가는 단순히 자매결연을 맺은 여러 도시와 같은 관계는 아닙니다. 리가를 세운 이가 바로 브레멘의 주교였습니다. 그는 십자군 원정이 한창일 때 북부 교역로 확보와 기독교 전파를 위해 리가를 점령한 뒤 독일인의 도시를 건설하였습니다.

브레멘은 매우 부유한 상업도시였습니다. 북부 교역으로 성장했죠. 그들에게 북해와 발트해 연안 도시의 확보는 필수였습니다. 마침 한자동맹이 본격화되면서 리가 등 독일인이 개척한 도시는 한자동맹에 속하여 함께 전성기를 누립니다.

리가는 중세 이후 덴마크와 러시아 등 여러 열강에 치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사로 인해 매우 다양한 볼거리가 남아 있습니다. 독일풍 구시가지, 아르누보 시가지, 동구권 스타일의 시가지 등등 크지 않은 중심부에 여러 색깔이 혼재되어 있어 여행의 재미가 있는 도시입니다.


독일 북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붉은벽돌 고딕양식의 대성당, 브레멘과 똑같은 전설의 주인공인 롤란트 동상 등 브레멘과의 공통점도 찾아보면서 이국적인 차이점을 느껴보면 보다 흥미로운 여행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