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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베를린 법원이 말하는 "종교의 자유"란

몇 달 전에 나온 기사다. 보편적으로 관심을 가질 소재는 아닌지라 따로 소개하지 않았으나 최근 한국의 이슈와 맞물리는 내용이어서 뒤늦게 소개한다.


코로나19 확산이 대유행 수준으로 번지던 지난 3,4월경 독일에서도 종교시설에 사람이 모이는 일체의 행사를 금지하였다. 이에 베를린의 성 아프라 성당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행정명령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당시 베를린 법원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 종교의 자유보다 공공 보건과 안전이 우선이다.

- 신앙행위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예배와 개인 기도 등 신앙행위는 보장되어 있다.

-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 대유행 중 일시적인 조치이다.


따라서 이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베를린 법원의 판결이었다. 아무리 다른 나라, 다른 법, 다른 문화라 해도 조금의 트집도 잡기 어려운 완결성 있는 논리다.


성 아프라 성당 측은 최대 50인 미만이 참석할 것이며, 1.5m 이상 거리를 두고 착석하며, 명부 작성 등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이라 하였으나 조금의 예외도 허용되지 않았다.


독일은 기독교 문화 위에 세워진 나라다. 마치 한국의 설날 추석과 같은 독일의 민족의 명절이 부활절 성탄절이다. 물론 오늘날 기독교인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종교가 무엇이든간에 독일인의 일상은 기독교 문화 위에 형성되어 있다. 그들에게 종교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신앙을 넘어서는 국가의 중요한 문화적 전통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당시 부활절이 겹쳤다. 그 소중한 부활절 미사까지 드릴 수 없는 것을 납득하지 못해 소송을 냈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고 다수의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잠깐 동안 예배를 금지하는 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한국 교회에게만 특별히 부여된 어떤 권한이 있는가? 특권이 있는가?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타인이 안전을 침해하는 건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다. 교계 지도자라는 양반들이 "교회를 사업장 취급하지 말라"고 한다. 그 말 속에 자신들이 사업권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느껴져 더욱 안타깝고 무섭기까지 하다.

덧붙이면, 독일 내에서 종교시설 집합금지에 항의하며 소송을 제기한 곳은 베를린의 성 아프라 성당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런데 성 아프라 성당은 매우 특이한 곳이다. 베를린 대교구에 속하지 않고 로마법에 따라 로마식으로 미사를 드린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어가 아닌 라틴어를 사용하고 모든 예법이 현재의 가톨릭과는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가장 극단적인 보수적 기독교라는 뜻.


베를린 대교구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를린 시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독일은 신자가 자신의 수입 중 일부를 종교세로 납부한 뒤 그것을 교회나 성당에 지원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 성 아프라 성당은 이러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이 정도로 독립적인 곳이니까 "평소에 정부한테 받은 것도 없는데 무슨 권한으로 모임을 금지하느냐"고 불만을 가질 법하지만, 국민의 보건안전 위협 앞에서 예외를 둘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게 베를린 법원의 결론이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5월부터 종교시설에 모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예배는 가능하지만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해 찬송은 부를 수 없다. 조금만 참고 협조하여 빨리 예배가 재개되고 모임이 활성화되는 게 교회에게도 이득인데, 당장 몇 주를 참지 못하고 오히려 일을 키우며 집합금지 기간만 더 늘어나게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도"인지 알 길이 없다.


목숨보다 소중한 건 나의 믿음과 구원이지 예배라는 형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형식에 집착하는 성직자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외식하는 자들"이라 꾸짖으셨다는 걸 명심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