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477. 마이센의 도자기 교회

몇주 전 제1차 세계대전 관련 글을 쓰면서 "독일에서 1차대전 기념물을 본 기억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기억에 남아있던 뮌헨의 기념비를 소개했었죠.

불연듯 또 하나 생각났습니다. 꽤 인상적이었던 곳인데 잊고 있었네요. 마이센(Meißen)에 있는 아담한 교회가 그 주인공입니다. 도자기로 유명한 바로 그 마이센입니다.

겉에서 보기엔 아무런 특색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곳. 마이센 여행 중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냥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갔던 니콜라이 교회(Nikloaikirche)입니다. 내부에서 굉장히 이색적인 비주얼이 펼쳐졌습니다.

교회 안을 장식하는 모든 구조물은 도자기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마이센 도자기에서 만든 것이고요. 니콜라이 교회는 족히 1천년 전부터 존재한 곳입니다. 하지만 수백년 간 버려진채로 사실상 방치되다가 19세기에 더 이상 수리를 포기하고 폐허가 된 상태였고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마이센에서 전쟁 기념물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니콜라이 교회가 당첨되었습니다. 이후 마이센 도자기의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여 교회를 기념관으로 단장합니다.


1929년 문을 열었으며,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 마치 묘비처럼 교회 내부에 달아둡니다. 명판은 물론 이것을 장식하는 조형물, 입구, 천장 등 아담한 교회의 구석구석 빼곡하게 새하얀 도자기로 채워집니다.

제단을 장식한 예수그리스도의 십자상, 촛대, 모두 도자기이며, 아주 섬세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위 사진에서 제단 양옆으로 보이는 두 어머니의 조각은 그 높이가 2.5m로 마이센 도자기로 만든 가장 큰 사람 형상의 도예품이라고 합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안고 슬픔을 삼키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표현하는 의미입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도자기로(그것도 초명품인 마이센 도자기로) 장식된 교회라는 특이성 때문에 한 번쯤 들러볼만한 곳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마이센 도자기 박물관 가까운 곳에 있으니 마이센 여행 중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고요.


다만 중요한 기념일에 열리는 추모식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아니기 때문에 개장시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언제 문을 연다고 안내하기 어려운 곳이고요. 하계 시즌(서머타임 적용기) 중 평일 오전 오후에는 문을 열 확률이 높습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