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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

독일 수도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었다. 기존에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이 두 곳에 설치되었는데, 사유지가 아닌 공공장소에 설치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한다.

위치는 브레머 거리와 비어켄 거리가 만나는 지점. 주택이 많은 한적한 동네지만 바로 인근에 지하철역 Birkenstraße역이 있어 유동인구는 많은 곳이니 일본의 속이 쓰릴 법하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은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하고 나섰다. 몇해 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도 소녀상 건립이 확정되었다가 일본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할 때 현역 지역구 의원이 참석했다고 하고, 베를린이라는 도시 자체가 원래 모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소녀상을 철거할만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정치적 이해 때문에 기념비를 철거했다고 하면 베를린 내에서 두고두고 시끄러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로비 이후 뜻밖에도 지역 구청에서 소녀상 자진철거를 명령했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는, 원래 전쟁범죄에 대한 반대와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예술작품이라고 해서 허가했는데 소녀상 옆에 일본의 전쟁범죄를 명시하여 한일 분쟁의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설명을 제거하거나 수정하라고 하면 될텐데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것은 상식 밖의 대응. 다른 도시도 아니고 베를린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두고두고 망신거리가 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구글맵에 벌써 소녀상 위치가 표시되어 있으니 나중에 찾아갈 때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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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추가)

필자의 예상대로 소녀상 철거는 베를린 시민들이 곱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다. 베를린 시민단체가 집단 항의하고 시위도 열리자 미테구에서 일단 철거를 보류하기로 결정하였다.


애당초 미테구의 판단은 일방적인 정보만 소통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분쟁인데 어느 한쪽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상징물이라 판단하여 철거하라고 했던 것 같다. 가령, 독도냐 다케시마냐 하는 것처럼. 소녀상과 함께 설치된 안내문에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듯한 글귀를 적은 게 그 이유가 되었다. 일본이 이 방향으로 집요하게 로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독도냐 다케시마냐 하는 것처럼 한일 양국이 싸우는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전쟁범죄 여성범죄의 영역이다.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미테구도 한 발 물러났고, 역설적으로 오히려 일본의 전쟁범죄를 베를린 시민에게 광고해준 효과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위" 슈뢰더 전 총리가 철거 반대 의사를 밝히고 공개적으로 서한을 보내주어 베를린에서 이슈몰이를 해준 게 정말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보나마나 일본은 물밑에서 더욱 전방위 로비를 펼칠 텐데, 독일연방정부나 베를린시당국은 이미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수차례 밝혀온 만큼 미테구에서 또 한 번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소녀상의 안내문만 수정 내지 삭제하라는 중재안 정도를 예상한다. 만약 그 정도 수정안을 받아들이면, 당초 1년 설치 허가를 받은 소녀상은 반영구적으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도시도 아니고 베를린이기 때문에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명령이 이상하고 두고두고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필자가 예상했는데, 베를린이 그런 도시다. 세계에서 이런 도시는 오직 베를린뿐이다. 그래서 글로벌도 유럽도 독일도 아닌, 베를린만의 법칙으로 이 사건을 이해하고 전망해야 된다. 일본이 잘못 건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