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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Travel to Germany

#488. 분단 시절의 베를린 장벽을 볼 수 있는 곳

독일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은 통일 후 대부분 철거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구간은 철거하지 않고 놔두어 역사적인 기념관으로 사용하고 있죠. 그렇다고는 해도 베를린 장벽의 주변은 새로 계발되어 있어 분단 시절의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분단 시절의 모습으로 베를린 장벽을 볼 수 있는 장소는 없을까요? 분단 시절 이런 모습으로 장벽이 있었구나, 하고 보여주는 장소는 없을까요? 당연히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Gedenkstätte Berliner Mauer)에 가면 됩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은 무너지던 날의 모습 그대로 보존된 장벽이 길게 남아있는 기념관입니다. 일체의 MSG 없이 베를린 장벽의 원래 모습을 보여줍니다. 보호 펜스도 없습니다. 보호할 기념물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있던 식구처럼 베를린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장벽 주변으로 수많은 전시물을 세워두어 일종의 기념공원처럼 단장해두었습니다. 완전히 개방된 공간은 개장시간과 폐장시간도 없이 항상 오픈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베를린 장벽의 주변은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자동차와 트램이 쉴새없이 오갑니다. 분단 시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베를린 장벽 주변을 감싸는 셈이죠.


하지만 통일 후 30년 동안 여전히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 채 분단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구간이 있습니다. 벽만 달랑 남아있는 게 아니라 분단 시절 장벽 주변 동독 지역의 모습이 그대로 박제되어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 기념관의 야외 전시구역 외에도 기록관 건물이 따로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건물 측면에 계단이 보이죠?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길 건너편으로 베를린 장벽이 보이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베를린 장벽뿐 아니라 그 너머까지 보이는데, 사진으로도 나오듯이 양쪽에 커다란 가림벽을 세워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두었습니다. 즉, 이만큼의 구간은 독일 분단 시절의 모습 그대로 베를린 장벽의 동독 지역이 보존된 현장이며, 차단된 곳이어서 지상에서는 볼 수 없으니 전망대를 만들어 높은 곳에서 보게 해둔 것입니다.


그러면 베를린 장벽의 구조를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볼까요?

우리가 베를린 장벽이라 부르는 바로 그 콘크리트벽은 가장 가까운 곳에 보이는 벽입니다. 그 너머가 동베를린이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서베를린입니다.

그러면 동독 주민은 장벽까지는 접근할 수 있었느냐, 당연히 아니죠. 멀찌감치 보이는 내벽이 두 겹으로 동서를 갈라놓았습니다. 내벽은 전기 철조망까지 있어 사람이 넘어갈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내벽 너머의 구간까지도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된 지역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동베를린 시민에게는 세 겹으로 차단벽이 설치된 셈입니다. 애당초 베를린 장벽의 설치 목적이 서독으로 탈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고요.

장벽보다 높은 감시탑이 있어 초병이 사방을 감시합니다. 일차적으로는 내벽을 넘어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장벽 너머 서베를린의 동향을 감시하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외벽과 내벽 사이에는 순찰로가 있어 국경수비대가 돌아다니며 순찰하였습니다. 오토바이도 다녔기 때문에 좁은 길이 포장되어 있는 것이고요. 현재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전시물이 설치된 장소가 바로 이 순찰로 부근입니다. 그러니까 방문객은 동독 수비대가 걸었던 순찰로를 걸으며 전시물을 확인하게 되는 셈입니다.

야간 경계를 위한 가로등이 순찰로를 따라 촘촘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없으므로 내벽과 외벽 사이의 공간은 완전히 뻥 뚫린 상태입니다. 가로등을 밝히면 감시탑에서 전체 구역이 다 잘 보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흔히 베를린 장벽이 동서독의 경계선이었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엄밀히 말하면 베를린 장벽은 동독 내에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동서의 경계에서 1m쯤 안쪽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장벽 앞에 하얀 블럭으로 구분해둔 지역이 바로 동서의 경계에 해당되는 선입니다.


이상을 다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베를린 장벽의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오죠? 이 하나의 뷰 때문에 저도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서 매우 생생하게 분단의 시절을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직접 보고 나면, 글로 배우는 것 이상의 생생한 경험이 가능합니다. 내 눈으로 보는 게 최고의 공부에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보러 갈 수 없으니 제가 본 것을 여러분께 대신 보여드리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일의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생생하게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독일 통일을 여행하다" 인문학강연을 진행합니다.

독일 통일 30주년을 맞이해서 독일여행 전문가가 보여드리는 독일 통일의 역사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적은 인원만 모시고 진행하니 서둘러 신청해주세요.



이 포스팅은 "내가 여행하는 이유(EU)" 포스트에 함께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