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 중심에 흉측하게 폐허처럼 남은 건물이 있다. 원래는 1900년대 초에 거대한 쇼핑몰로 만든 것이었고, 전쟁 중에는 나치의 포로수용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뒤 건물은 폭격으로 크게 파손되었고, 독일 통일 후 이 지역의 재개발이 결정되어 이 건물은 철거되기로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예술인들이 이 곳에 몰려들어 건물을 "무단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의 철거를 반대하는 것뿐 아니라 예술인을 홀대하는 정부에 대한 시위도 겸하는 것이었다. 결국 정부는 이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폐건물을 무단점거한 예술인들은 아예 건물 내에 스스로의 "공방"을 차리고 창작 활동에 열중하게 된다.
이 건물을 타헬레스 예술의 집(Kunsthaus Tacheles)이라고 부른다. 타헬레스(Tacheles)는 히브리어로 "솔직한"이라는 뜻이라고. 젊은 예술가들이 폐건물에 차린 작업실은 졸지에 유명해졌고, 사람들이 구경하러 몰려들었고,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가 되었다. 현재 60여명의 예술가가 이 곳에 거주하며 월 4 유로 정도의 매우 적은 관리비만 낸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몰리고 돈이 몰리면 순수성은 변질되기 마련. 오히려 타헬레스 예술의 집의 유명세가 이 곳의 순수성을 해쳐 점차 현지인의 발길은 끊기고, 유명세를 찾아 호기심에 구경 온 관광객만 넘치는 신세가 되었다. 과연 이것이 정부에 저항하며 폐건물에 눌러앉은 예술가들이 원한 자유일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 타헬레스 예술의 집은 2012년 9월에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 찾아가는 법
U-bahn 6호선역 오라니엔부르크 문(Oranienburger Tor) 역에서 하차, 또는 S-bahn 1,2,25호선 역 오라니엔부르크 거리(Oranienburger Straße) 역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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