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스(Worms)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종교가 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뒤 제국의회로부터 청문회 출석을 요구받았는데, 바로 그 출석 장소가 보름스 대성당(Dom St.Peter)이다. 이 곳에서도 루터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황제는 루터를 법에서 추방하기에 이른다. 법에서 추방했다는 것은 누가 루터를 죽여도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덕분에 보름스는 카톨릭의 중심지이면서도 개신교에도 중요한 의의를 갖는 도시가 되어 오늘날 도시 전체에 두 종교의 기념물이 가득하다.
둘째, <니벨룽엔의 노래(Das Nibelungenlied)>가 있다. 보름스는 오랜 옛날 로마군이 점령한 도시였다. 435년 보름스의 주민들이 로마 총독에 대항하여 봉기를 일으키자 로마는 훈족을 동원하여 436년 도시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이 이야기가 바로 대서사시 <니벨룽엔의 노래>의 원형이 되었다. 그리고 이 서사시는 훗날 바그너(Richard Wagner)에 의해 <니벨룽엔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로 재탄생하여 게르만 민족주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셋째, 와인이 있다. 보름스는 최적의 포도 산지로서 일찌기 와인 양조산업도 발달하였다.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인 블루 눈(Blue Nun)의 생산지가 보름스의 성모교회(Liebfrauenkirche)이다. 원래 이름은 "성모의 우유"라는 뜻의 립프라우밀히(Liebfraumilch)였으나 외국인들이 발음을 편하게 하도록 오늘날에는 블루 눈이라는 이름이 널리 쓰인다.
크지 않은 구 시가지는 다소 정리가 덜 되어 있지만, 위 세 가지가 시가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다만 좀 더 효과적으로 정리하였다면 보다 주목받는 명소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처럼 스토리가 있는 관광지를 억지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름스가 이러한 최적의 조건을 아직 잘 살리지는 못하고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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