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루에(Ruhe)는 "정적" 또는 "휴양"을 뜻한다. 카를스루에(Karlsruhe)는 직역하면 "카를의 조용한 곳" 내지는 "카를의 휴양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이름만 놓고 보았을 때 누군가의 별장이 있었던 휴양지처럼 보이지만, 독일과 프랑스 국경 근처의 도시 카를스루에는 바덴(Baden) 공국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이다.
도시 이름에 들어가는 카를(Karl)은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바덴 공국의 대공의 이름이다. 바덴 공국의 대공 카를 빌헬름(Karl Wilhelm)은 사냥 여행을 떠났다가 이 지역에 들르게 되었고, 이 곳이 마음에 들어 그의 새 수도로 정하고 궁전을 짓고 도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행 중 마음에 들어 수도까지 옮길 정도였다고 하니 "카를의 휴양지"라는 도시 이름이 왠지 수긍이 된다. 당시에는 대공의 이름을 Karl이 아니라 Carl이라고 했기 때문에 원래 도시의 이름은 Carlsruhe였다.
카를스루에는 이후 바덴바덴(Baden-baden)과 함께 바덴 공국의 중심 도시로서 크게 번영하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온 도시가 쑥대밭이 된 뒤 다시 복구되어 오늘날에는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제2의 도시로서 관광보다는 산업,학술,교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도 카를스루에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가깝기 때문에 독일-프랑스 사이를 오가는 TGV 열차가 정차한다. 그리고 인근의 공항은 저가항공 라이언에어의 노선이 적지 않게 다닌다. 그래서 여행지 자체의 매력보다도 유럽 여행의 교통의 요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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