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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독일뉴스

News | 베를린에서 테러 의심 트럭 사고 발생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앞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형 트럭이 돌진하여 사람을 덮쳐 12명이 사망하고 49명이 다치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마치 프랑스 니스에서 벌어진 참사를 연상케 한다.


사건 발생 후 시간이 꽤 지난 뒤에 IS가 이 사건은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대개 IS가 직접 큰 일을 저지르면 곧바로 "자랑스럽게" 발표하는게 기본. 그런데 한두 박자 늦게 발표하는 경우는 IS가 직접 큰 일을 저질렀다기보다는 IS에 동화된 급진적 이슬람주의자, 소위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이들이 독단적으로 사고 친 경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를린에서의 참사 역시 IS의 계획적 테러라기보다는 한 미친 급진분자의 소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다만, 현장 인근에서 검거된 파키스탄 출신 난민 용의자는 뚜렷한 혐의가 없어 석방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용의자가 트럭에 타고 있었는지조차 증거가 없었다고 한다. 즉, 독일 경찰이 진범을 놓쳤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필자는 이 사실을 보면서 두 가지 측면의 우려를 가진다. 첫째, 무기를 휴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진범이 시내를 활보하며 추가범행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점, 둘째, 증거도 없이 사건 현장 인근에 있다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체포할 정도로 독일의 공권력이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에게 공권력을 부당하게 집행하면 이는 "흑인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는 게 당연하듯이, 단지 난민 출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범죄자로 몰고 간다면 이는 "난민에 대한 차별"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권을 걱정하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외로운 늑대"를 더 많이 양성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사고 장소는 필자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뤼바인을 마시며 노닥거리던 바로 그 장소인지라 더 심란하게 느껴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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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추가)

범인은 튀니지 출신의 난민 신청자였고, 독일에서 난민 지위 인정이 거절되어 본국으로 송환되어야 했으나 튀니지 측의 비협조로 송환이 지연되던 중 사고를 벌였다고 한다. 이탈리아까지 도피했으나 이탈리아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되었다. 독일 경찰은 엉뚱한 곳에서 범인을 추적하고 있었기에 또 한 번 망신을 당했다.


여름에 안스바흐에서 발생한 공연장 폭탄테러 역시 본국으로 송환되어야 할 난민 신청 거부자가 벌인 일이었다. 일단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근거는 없다. 심사를 잘 해서 받아줄 사람은 받고 위험한 사람은 내보내면 되는 건데, 심사를 잘 해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테러범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탈리아까지 갈 수 있었던건 중간에 국경 검문(출입국심사)이 없었기 때문. 즉, 솅겐조약 때문이다. 아무래도 솅겐조약이 폐지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