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베힐레 | 배클레의 발음이 까다롭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표기가 다소 제각각이다. 본 블로그에서는 배클레로 적었지만, 배흘레도 틀린 발음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널리 표기되는 번역이 베힐레인데, 이것은 원 발음과 차이가 있다. 배클레와 관련된 독일의 전설을 번역하여 국내에서 동화책을 출판하면서 베힐레로 적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원 발음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칠 필요가 있다.
프라이부르크 구 시가지의 최고 명물은 배클레(Bächle)이다. 구 시가지를 관통하여 만들어진 조그마한 인공 수로이며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배클레와 같은 인공 수로를 가진 도시는 과거에 여럿 있었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만 해도 13세기부터 문헌에 배클레가 언급된다고 할 정도. 물론 처음에는 흙을 파서 만든 것이 점차 돌로 반듯하게 수로의 모양새를 갖추며 변하였지만, 아무튼 그 역사가 매우 길다.
중세 도시들이 이러한 수로를 만든 이유는 화재에 대한 대비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목조 주택이 많던 그 옛날, 만약 시내 한 곳에서 불이 나면 소방용수를 구하기 위해 강까지 물을 퍼나르는 사이에 이미 시가지의 목조 건물들이 잿더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바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수로를 만든 것이라고.
하지만 오늘날에는 소방용수를 이렇게 공급할 필요가 없으니 점차 사라졌으나, 프라이부르크는 배클레를 그 모습 그대로 지켜 오늘날 새로운 명물로 탈바꿈 시켰다.
오늘날의 배클레는 도시의 미관을 만드는 명물의 역할만 한다. 뒷산에서 흘러나온 드라이잠 강(Dreisam River)에서 물을 끌어 계속 맑은 물이 돌고 있다. 시민들은 배클레에 인형을 띄우거나 장식을 달아 거리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고, 더운 날에는 사람들이 물장구를 치면서 더위를 식히기도 한다.
특히 외지인이 배클레에 실수로 발이 빠지면 반드시 프라이부르크 주민과 결혼해야 한다는 미신도 있다고. 실제로 발 하나 빠질만한 자그마한 수로이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고 걷다가 발이 빠질 수도 있다. 미신 때문이 아니라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발 밑을 주의해야 한다.
일부러 배클레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그냥 구 시가지를 걷다보면 아무 곳에서나 튀어나오는 것이 배클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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