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독일 도시의 구 시가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시청사를 중심으로 중앙 광장이 만들어지는데, 트리어 중앙 마르크트 광장(Hauptmarkt)에는 시청사가 없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이름으로 시청사가 있었다. 말하자면, 구 시청사라고 할 수 있을 건물이 바로 슈타이페(Steipe)다.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의 구 시청사를 뢰머(Römer)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될 듯.
슈타이페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확실치 않지만, 하나의 설이 있다. 건물의 1층은 아치형으로 개방되어 있고, 각 기둥은 황금빛 조각으로 치장되어 있다. 각 조각들은 트리어의 수호성인들. 이 기둥들이 건물의 핵심이었고, 그런데 트리어 방언으로 "기둥"을 Steipe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건물 이름도 슈타이페가 되었다는 것이다.
4층짜리 건물은 좁고 높게 솟아있고, 그 위로 지붕은 더 급격하고 솟아있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건물 상층부에는 마치 대성당이나 큰 교회에서 볼 수 있을 가고일(gargoyle)의 흔적도 남아있다. 그리고 슈타이페 뒤편으로 비슷한 높이의 다른 건물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것도 그럴듯한 풍경을 연출하는데, 슈타이페와 바로 붙어있는 르네상스식 건물은 붉은 집(Rotes Haus)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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