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전당대회장(Reichsparteitagsgelände)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체펠린 비행장(Zeppelinfeld)은, 제국을 만들고 자신이 신처럼 되고자 했던 히틀러의 두 번째 광기, 즉 그가 신이 되고자 했던 그 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은 나치의 전당대회를 치른 뒤, 그를 위해 결집한 수십만의 군중을 직접 내려다보고자 만든 장소이다. 최초로 비행선을 만들어 비행에 성공했던 체펠린(Zeppelin)이 1909년에 이 자리에서 비행선을 착륙했던 곳인데, 많은 군중이 열병할 수 있는 널찍한 광장이었기 때문에 원형경기장 형태의 전당대회장을 짓기 전 이미 나치의 전당대회가 열리기도 했던 장소이며, 그 악명높은 뉘른베르크 법(독일 내의 유태인 차별을 법으로 정당화한 것)이 제정된 곳도 바로 이 곳이다.
히틀러는 수많은 군중을 직접 내려다볼 수 있도록 관중석처럼 생긴 높은 연단을 짓도록 했다. 이 연단은 히틀러의 총애를 받은 건축가 알베르트 슈피어(Albert Speer)가 설계한 것으로, 그는 고대 페르가몬 신전을 직접적으로 모방하여 연단을 만들었다. 페르가몬 신전은 지금 베를린(Berlin)의 페르가몬 박물관(Pergamonmuseum)에 있는 그 신전을 말한다. 신전을 만들고 그 정점에 히틀러가 서면, 곧 히틀러가 신이나 마찬가지. 수십만 군중 앞에서 신이 되고자 했던 그 끝없는 광기의 결과물인 셈이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연합군은 이 곳을 파괴하였다. 원래 연단 위에 위압적으로 치장되어 있던 나치의 문양이 폭파되는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껍데기만 남은 이 연단은, 지금은 누구도 관리하지 않은채 무심하게 버려져 있다. 그 앞에는 수십만 군중이 모였던 체펠린 비행장이 광장으로 변신하여 축제가 열리는 무대로 사용 중이다.
* 찾아가는 법 (본 블로그의 추천일정을 기준으로 합니다.)
전당대회장에서 체펠린 비행장을 가기 위해서는 큰 호수를 반 바퀴 돌아야 한다. 전당대회장 곳곳에 부착된 이정표는 당신이 어떤 순서로 이 곳을 돌아볼지를 안내하고 있다. 그 표지판을 따라서 돌면 되는데, 길을 찾기 어려우면 그냥 호수에 밀착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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