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Düsseldorf) 인근의 산업도시 부퍼탈(Wuppertal). 역사적으로 섬유산업이 발달하였으며, 오늘날에도 화학과 기계공업이 발달한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꼽힌다. 라인 강(Rhein River)의 지류인 부퍼 강(Wupper River) 연안의 도시로서 독일의 산업화 시대에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오늘날 지도를 보면 부퍼탈이 부퍼 강을 따라 좌우로 길게 뻗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부퍼탈의 독특한 역사에서 유래한다. 원래 이 지역은 각각의 소도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각각의 도시들이 저마다 산업의 발전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통난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1901년 이 일대에 부퍼 강을 따라 슈베베반(Schwebebahn)이라는 모노레일이 운행을 시작하였다.
슈베베반으로 인해 하나의 문화권이 된 여러 도시들은 1928년 아예 도시를 하나로 합치게 된다. 여러 소도시 중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곳이 바르멘(Barmen)과 엘버펠트(Elberfeld)라는 도시였기 때문에 처음에 도시 이름을 바르멘-엘버펠트(Barmen-Elberfeld)라고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부퍼 강의 계곡"이라는 뜻의 부퍼탈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였다.
말하자면, 슈베베반은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셈. 그래서일까? 오늘날에도 부퍼탈에서는 슈베베반을 철거하지 않고 놔두고 있으며, 심지어 여전히 모노레일이 예전 노선 그대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다. 미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던 시절 건설된 슈베베반은 관점에 따라 흉측한 철제 구조물이기도 하고, 도시의 역사가 담긴 "살아있는 화석"이기도 하다.
부퍼탈은 그 양면성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슈베베반이라는 흥미로운 볼거리, 그리고 원래 여러 도시로 나뉘어 있던만큼 각각의 구역에 산재한 박물관 등의 볼거리가 있으나 전체적인 도시의 분위기는 다소 삭막하게 느껴진다. 그 양면성이 부퍼탈에서 찾을 수 있는 개성이라면 개성일 것이다.
참고로, 부퍼탈 통합 전 한 소도시였던 엘버펠트는, 오늘날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된 바이엘(Bayer; 독일어 발음으로는 "바이어"라고 해야겠으나 한국법인에서도 바이엘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그 표기를 존중한다)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창업자 프리드리히 바이어(Friedrich Bayer)가 엘버펠트 태생이며, 바이엘의 대표작인 아스피린도 엘버펠트에서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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