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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추천 여행테마

알프스를 품은 유럽의 보석

오늘날 유럽에서 국경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여행할 때에도 굳이 몇개국 여행 또는 1개국 여행과 같은 분류가 어색하다. 그래서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굳이 "몇개국"에 집착하기보다는 테마를 정해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고, 필자 역시 그러한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테마를 소개한다.


정식 명칭은 "낭만 유럽의 보석(Jewels of Romantic Europe)". 유럽 대륙의 정중앙에 해당되는 알프스 산맥을 중심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매력적인 관광지가 하나의 팀을 구성하여 알프스 테마 여행을 제안하는 여행협회이다. 단순히 알프스를 보는 것이 주가 되지 않고, 알프스를 품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도시를 한 바퀴 순회하며 자연과 문화 또는 역사, 놀이, 관광을 겸하여 알차게 시간을 보내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낭만 유럽의 보석" 멤버는 위와 같다. 뮌헨을 시작으로 넓은 호수(프린), 클래식 문화(잘츠부르크), 테마파크(베르히테스가덴), 보석(바텐스), 동계스포츠(인스브루크), 알프스 봉우리(추크슈피체), 고성(슈방가우)을 돌아 다시 뮌헨으로 복귀한다. 모두 유명한 명소들일뿐 아니라 서로 분위기가 중복되는 곳이 없어 하나의 꽉 짜인 테마 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뮌헨

뮌헨 스카이라인
ⓒMünchen Tourismus

뮌헨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설명을 붙이자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뮌헨의 매력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 뮌헨의 전망대에 오르면 알프스가 보인다. 지리적으로 알프스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성모 교회(Frauenkirche)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하여 몇 개의 교회 및 시청사의 첨탑만 삐죽 솟았을뿐 시야를 가리는 고층빌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뮌헨은 독일 제3의 대도시이지만 대도시 스타일로 세련되게 발전하지 않고 알프스와 벗하며 중세의 스카이라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뮌헨의 탁월한 매력포인트 중 하나.


프린

킴 호수
ⓒJewels of Romantic Europe

정식 명칭은 프린 암 킴제(Prien am Chiemsee). 도시 이름에서 나타나듯 킴 호수(Chiemsee)를 만나기 딱 좋은 곳이다. "바이에른의 바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킴 호수는 빙하기 시대에 알프스가 만든 거대한 청정 호수로 바이에른뿐 아니라 독일인과 유럽인의 훌륭한 휴양지로도 꼽힌다.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은 기본, 여기에 루트비히 2세의 헤렌킴제 성(Schloss Herrenchiemsee)이 호수 위 섬 속에 숨어있어 "미치광이 왕"의 흔적을 구경하러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


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 도시 풍경
ⓒJewels of Romantic Europe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높은 산 위의 요새, 웅장한 건축, 장엄한 교회,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하며, 무엇보다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 점과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음악"의 이미지가 강하다. 알프스의 선율을 담은 구시가지는 소위 "배산임수" 지형에 충실하여 구시가지가 형성되었으며, 여기를 보면 높은 요새가, 저기를 보면 석회가 함유된 에메랄드빛의 강물이 도시를 감싸는 낭만적인 풍경을 보게 된다. 산 위의 호엔잘츠부르크 요새(Festung Hohensalzburg)에 오르면 주변 넓은 평원과 그 뒤편의 빽빽한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르히테스가덴

소금광산
ⓒJewels of Romantic Europe

"낭만 유럽의 보석" 협회에 속한 곳은 정확히는 베르히테스가덴의 소금광산(Salzbergwerk Berchtesgaden)이다. 베르히테스가덴은 독일에 속하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잘츠부르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코스로 유명하다. 베르히테스가덴이 널리 알려진 것은 히틀러의 별장인 켈슈타인 하우스(Kehlsteinhaus), 피요르드를 보는 것 같은 쾨니히 호수(Königsee)의 덕이 크지만 주로 여름철 날씨 좋을 때 관광하기 적당한 곳이라는 한계가 있다. 사시사철 베르히테스가덴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곳은 바로 소금광산이다. 지금도 소금(암염)을 채취하는 광산의 일부를 테마파크처럼 만들어 소금의 역사부터 소금을 이용한 예술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가장 밑바닥인 소금 호수의 조명 쇼가 예술적이다.


바텐스

크리스탈 월드
ⓒJewels of Romantic Europe

바텐스(Wattens)라는 도시 이름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 있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월드(Swarovski Kristallwelten)는 유명하다. 스와로브스키의 본사가 바로 오스트리아 바텐스에 있고, 여기서 자사의 크리스털의 우수성도 홍보하면서 철학을 공유하고 즐겁게 놀다갈 수 있는 테마파크로 만든 곳이 크리스탈 월드라고 보면 된다. 수정으로 만든 정원, 아이들을 위한 미로 등 야외에서 어른과 아이가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탈의 매력에 푹 빠지며 놀다갈 수 있다. 거인(The Giant)이라 불리는, 입에서 폭포를 내뿜는 특이한 구조물 내에는 수정을 이용한 예술품을 전시하는 박물관도 있고,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아웃렛 매장도 있다. 참고로, 스와로브스키에서 방문한 현지인 담당자에게 정확한 발음을 부탁했더니 "슈바로프스키"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스와로브스키"라고 발음한다고 했더니 못내 언짢은 표정으로 "슈바로프스키"를 몇 번이나 강조해주었다.


인스브루크

마리아 테레지아 거리
ⓒJewels of Romantic Europe

오스트리아에서 빈,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등은 익히 유명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국내에도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는 곳이 바로 인스브루크(Innsbruck). 그런데 "인스부르크"라고 잘못 적는 자료도 많이 발견될 정도로 아직 국내에는 친숙하지 않은 곳이다. 여담이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부르크(Burg; 城이라는 뜻)로 끝나는 도시가 워낙 많아 당연히 인스부르크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인스브루크는 "인 강의 다리"라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이처럼 낯설지만 벌써 동계올림픽을 세 차례나 개최했을 정도로 알프스 산자락의 도시 중 동계스포츠의 메카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스브루크이다. 물론 중세의 부유한 흔적을 간직한 시가지도 아름답지만 인스브루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알프스. 겨울에는 수십 곳의 인근 스키장을 골라 알프스 만년설을 밟으며 활강할 수 있고, 여름에는 봉우리에 올라 눈부신 대자연의 위엄을 바라보며 감탄할 수 있다.


추크슈피체

추크슈피체
ⓒBayerische Zugspitzbahn Bergbahn AG

독일 알프스 최고봉은 단연 해발 2,962m의 추크슈피체(Zugspitze). 마치 스위스에서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산에 오르는 융프라우처럼, 독일에서는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산에 올라 알프스를 바라보는 곳이 바로 추크슈피체이다. 스위스에서 알프스에 오르는 것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 황금십자가가 있는 곳이 바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곳. 험준한 바위 절벽이 깎아지르는 장엄한 풍경에 말문이 막힌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직접 황금십자가가까지 오를 수도 있다. 겨울에는 추크슈피체 역시 알프스 자연설을 타고 내려오는 스키장으로 변신한다.


슈방가우

노이슈반슈타인 성
ⓒBAYERN TOURISMUS Marketing GmbH

알프스 산자락의 아름다운 고성도 빼놓을 수 없다. 단연 루트비히 2세의 역작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 그리고 호엔슈방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이 있는 슈방가우(Schwangau) 지역이 고성 관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디즈니 성의 모체가 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독일 전체를 통틀어 첫 손에 꼽히는 유명 관광지이며, 바이에른 왕실의 권력이 담긴 호엔슈방가우 성, 그리고 그 옆의 바이에른 왕실 박물관 등 알프스 산자락에서 왕실의 권력을 흠뻑 느낄 수 있다.


뮌헨 공항

뮌헨 공항
ⓒJewels of Romantic Europe

"낭만 유럽의 보석" 투어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곳으로는 뮌헨 공항만한 곳이 없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의 직항 노선이 있어 편리하고, 공항 자체도 소위 5성급 공항으로 평가받는 최우수 공항이기에 매우 편리하다. 참고로 인천 공항이 늘 세계 톱클래스 공항으로 꼽히는데, 뮌헨 공항도 바로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는 인천 공항이 세계 3위, 뮌헨 공항은 세계 4위에 랭크되었다. 주로 아시아의 신흥 공항의 순위가 높은데 유럽의 오래 된 공항이 톱클래스로 평가받는 이례적인 케이스로, 그만큼 시대에 발맞추어 계속 리모델링하고 시설을 개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공항에 대형 쇼핑몰이 있고, 공항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하는 비어홀이 있고, 현지 주민들이 놀다가는 야외 서핑장과 공연장도 있는,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문화공간이기도 한 뮌헨 공항은 매우 독특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뮌헨 시내에서 전철로 약 40~50분 거리에 있다.


쿨투어구트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멤버 쿨투어구트(Kulturgut)가 있다. 쿨투어구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헤렌킴제 성, 뮌헨의 레지덴츠 궁전과 님펜부르크 궁전, 뷔르츠부르크의 레지덴츠 궁전 등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왕실 궁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굿즈를 만드는 기념품숍이다. 단순히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기념품과 달리 유명 관광지의 모티브를 가지고 디자인한 특별한 기념품을 쇼핑할 수 있다.



"낭만 유럽의 보석" 협회에서는 이상의 코스를 8일 일정으로 돌아볼 수 있다고 제시한다. 뮌헨→추크슈피체→슈방가우→인스브루크+바텐스→베르히테스가덴→잘츠부르크→프린→뮌헨 순으로 이동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