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유(Green U)의 기적을 이룬 환경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는 꽤 오랫동안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상처를 겪어야 했다. 환경 파괴에 반대하는 장기간의 시위가 벌어졌던 것. 환경도시에서 대체 무슨 환경 파괴가 있었던 것일까?
그 배경을 알고자 하면 "슈투트가르트21(Stuttgart21)"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슈투트가르트21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지금의 중앙역(Hauptbahnhof)을 없애고 기차역 전체를 지하로 옮기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시에서 밝힌 청사진대로라면, 지금의 기차역 자리에는 문화 시설과 휴식 공간이 들어서 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거대한 기차역을 통째로 지하로 옮기려면 필연적으로 주변을 많이 파헤칠수밖에 없고, 지하수 오염 등 주변 환경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환경 단체뿐 아니라 슈투트가르트의 일반 시민들까지 가세하여 슈투트가르트21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그 발단은, 공사를 위해 중앙역 인근의 궁정 정원(Schlossgarten)에서 오래 된 나무를 베어낸 사건이었다. 궁정 정원은 그린 유 프로젝트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 궁정 정원마저도 굴착기로 파헤치는 모습이 일반 시민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시민들은 매주마다 나와 중앙역 부근에서 시위 집회를 열었다. 시위가 격렬할 때는 경찰과 무력충돌도 발생했다. 궁정 정원에서 나무를 베어내지 못하도록 아예 공원 내에 천막을 치고 몸으로 막았다. 2년여동안 지속된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은 결국 슈투트가르트 주 의회의 집권당이 교체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새로운 집권당은 슈투트가르트21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말에 있었던 국민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근소하게 많아 결국 슈투트가르트21은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한다. 위 사진은 2011년 9월에 궁정 정원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시위대의 모습들, 하지만 아마 지금은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새로운 중앙역은 2019년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그 때 가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으나, 아무튼 그린 유의 기적을 일군 환경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그린 유의 현장까지 파헤쳐가며 추진한 이 해프닝은 전혀 환경도시의 위엄에 걸맞지 않은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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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3년 6월 슈투트가르트를 다시 찾았다. 궁정 정원의 시위대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공원은 다시금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앙역 근처의 공원은 현재 공사가 한창이며, 청사진을 보건대 앞으로 그 주변은 많이 파헤쳐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민투표까지 걸쳐 사업 추진이 결정된만큼 시민들도 더 이상은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공사장의 가림막에는 환경 파괴와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감이 낙서 등으로 적나라하게 표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상처는 아물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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