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유. Travel to Germany

두.유.Travel to Germany :: #087. 라이언에어 후기 (뉘른베르크→부다페스트)

뉘른베르크 공항은 저가항공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고 소개해드렸는데요. 뉘른베르크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저가항공 라이언에어(Ryanair)를 이용한 짤막한 후기입니다.

한국의 "무늬만" 저가항공이 아닌 진짜 뼈속까지 저가항공의 정석으로 유명한 라이언에어. 좌석은 좁고 뒤로 젖혀지지도 않습니다. 스크린 같은 건 당연히 없고, 기내식은 고사하고 물 한 잔도 주지 않습니다. 위탁수하물도 무료로 허용되지 않으며 수하물 규정은 매우 빡빡합니다. 주로 이른 시각이나 늦은 시각에 외딴 공항에서 뜨고 내려 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요금 때문에 모든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문자 그대로 "저가항공의 정석"이죠.


저는 몇년째 라이언에어를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타고 있습니다. 이제 그 모든 불편은 익숙해졌기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데, 딱 하나 불만이 있다면 연착이 종종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라이언에어도 정시 도착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제시간에 도착하면 기내에서 팡파르가 울리며 자축하는 안내방송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날, 유럽의 겨울이 늘 그렇듯 날씨는 나빴습니다. 비 오는 건 상관없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인지 비행 내내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부다페스트에 가까울수록 심해졌습니다. 심지어 착륙할 때에는 랜딩기어가 지면에 닿기 직전에 기체가 좌우로 요동쳐서 뭔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 울음소리 들리고 아수라장이 됐는데, 그래도 다행히 사고 없이 착륙은 했습니다.


그랬는데 이 눈치없는 것들이 정시 도착했다고 팡파르를 울리네요.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아이들 울음 달래고 있는데 팡파르 울리고 자축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걸 속된 표현으로 "넌씨눈"이라고 하죠.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라이언에어가 안전에 취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날씨가 항공사 가려가며 심술을 부리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정시 도착을 자축할 정도로 정시 도착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라는 뜻이고, 뒤집어 이야기하면 정시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는 뜻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기차 타면 1회 이상 갈아타고 8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1시간 정도만에 왔으니 경제적이죠. 할인운임 기준으로 따지더라도 기차보다 더 저렴하게 비행기를 탔으니 경제적이죠. 그 맛에 저가항공을 탑니다. 그래서 저는 늘 불만 없습니다. 길들여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이걸로 끝내기엔 썰렁하니 부다페스트의 사진 몇 장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저는 올림푸스코리아의 트래블마스터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 게재된 사진은 모두 올림푸스 OM-D E-M5 Mark II 카메라에 올림푸스 ED 12-100 f4 Pro 렌즈로 촬영되었습니다.